밖의 날씨는 일정하지만, 나의 계절은 주기가 없다.
"어휴 춥다~ 이제 바람 많이 분다. 그렇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카페에서 실컷 수다를 떨다 나오니 밖은 약간의 비가 온 뒤였다. 비가 온 뒤여서 그런지 날이 더위보단 추위에 가까운 날이었다. 괜히 반팔과 반바지가 어색해지는 그런 날씨였다.
"그러게, 이제 진짜 곧 겨울이 되겠어"
친구의 춥다는 말에 너스레를 떨며 대답했다. 밖의 찬 공기를 맞고 있으니 정말 가을이 성큼 다가온 거 같았다. 벌써 8월이 다 지나갔다. 8월도 4 일남은 시점, 난 또 내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한다.
"올해도 다 갔다 그렇지?"
"그러게 겨울만큼이나 2019년도 금방 오겠지?"
친구와의 으레 나누는 대화 속 새삼 시간의 빠름을 느낀다.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고 약간의 대화를 더한 뒤, 친구와 헤어졌다.
'지금 몇 시지?'
휴대폰의 홈버튼을 눌렀다. 화면에 뜬 큰 글씨는 내게 8시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 8월 26일도 4시간 남았네'라는 생각과 함께 주말 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가득 찬 전철에 올라탔다.
"아니, 응 나 또 떨어졌지 뭐."
소란한 전철 속 간신히 앉은자리 옆 앳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통화를 한다. 짧은 단발에 누가 봐도 염색한 새까만 검정머리를 한 여자애는 제법 괜찮다는 듯 통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올해 안엔 취업할 수 있겠지?"
전화기 넘어 친구의 대답까진 예측할 수 없지만, 그 여자애도 시간의 빠름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나 싶어 지는 대화였다. 2018년을 쓰고 읽는데 이제 막 익숙해졌지만, 곧 2019년을 읽고 써야 함을 그 아이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 아이가 이번에 쓴 이력서는 수월히 통과해 올해 안에는 취업을 할 수 있기를 괜히 한번 빌어보았다.
'저 마다의 이유로 다들 자신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낄 테지' 생각하며 한숨을 크게 들이쉬고 소란한 전철 속 나는 눈을 감았다. 덜컹거리는 전철과 저마다 자신의 할 일을 하며 보내는 전철 속 나는 또 나대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이라는 건 참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길고 추운 겨울 같은 해였으면, 또 다른 누군가에겐 봄햇살처럼 따듯한 한 해였을 수 있다. 밖의 계절은 시간에 맞춰 변하지만, 내 계절엔 주기가 없었다.
'짧은 단발머리의 그 여자애에겐 취업 준비로 험난하고 추운 한 해였겠지? 나도, 올해는 참 쉽지만은 않다. 내 코가 석자인데 누굴 걱정하리'
덜컹이는 전철 속에서 잠시 달콤한 꿈에 빠져보려 눈을 감았지만 쉬이 감기지 않는 생각에 결국 내리는 역까지 내 생각은 종착역을 향해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