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9 쉬이 치워지지 않는 마음

작은 소란은 이미 말끔히 치워진 지 오래였다.

by 손바닥

자주 가는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시키고 앉아 여유로움에 빠져들고 있었다. 노랫소리도 향긋한 커피맛도 나름 소소하지만 완벽한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그래, 이런 평화로움도 행복이지'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휴대폰에 전화 벨소리가 울려댔다. 빤-히 액정을 보다 그만 커피를 바닥에 쏟았다. 놀라는 주변 사람들과 카페 점원, 커피로 범벅이 된 책상과 바닥은 쉽게 깨끗해지긴 어려워 보였다.

급히 달려오는 직원분께 사과 인사를 몇 번 건넨 뒤 계속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손바닥 씨, 지난번에 면접 본 회사입니다."


바닥에 쏟은 커피에 분주해진 카페 분위기, 그 안에서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떨리는 감정을 숨기고 다음 말을 이어갔다.


"아- 안녕하세요"


그 회사를 면접 본지는 꽤 오래 지났다. 약 2주쯤 전 더위가 막 사그라들기 시작한 8월 중순쯤이었다. 면접을 볼 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포트폴리오를 좋게 봐주신 면접관 덕에 실력은 좀 부족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나왔다.

하지만 당일에 나기로 한 발 표는 다음날로, 그리고 다음 주로 미뤄졌다. 채용 발표가 늦춰질 수 록 나는 더 애타게 발표 전화를 기다렸다.


"오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이번에 채용규모를 줄이기로 하면서 손바닥 씨를 채용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아 그런가요"


애써 담담한 척, 대답을 했지만 시선은 땅바닥으로 쏟아진 커피를 향했다. '아, 뭐가 그리 급하다고 커피까지 쏟으면서 이 전화를 받은 걸까?' 엉망진창이 된 바닥과 소지품을 보면서 연신 자신의 한심함을 탓하고 또 탓했다. 끝맺음의 말을 주고받곤 전화를 끊으려는데 면접관은 내게 더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저기 다른 곳에서는 소식 좀 있으셨나요?"

"아, 아직 별다른 소식은 없네요"


멋쩍게 웃으며 쏟은 커피로 끈적해진 손을 만지작거렸다. 전화를 받기 불과 3분 전 완벽할 것만 같았던 카페의 행복은 어느새 금이 가고 있었다.


"손바닥 씨, 혹시 괜찮으시면 다음 채용 진행 시 먼저 연락드려도 괜찮을까요?"

"아, 예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편하게 연락 주세요"


짧은 전화를 끊고 나서 둘러보니 쏟은 커피는 어느새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언제 커피를 쏟았냐는 듯, 직원들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러 이미 카운터로 돌아가고 난 뒤였다. 작은 소란에 집중됐던 카페 손님들의 시선도 각자의 할 일로 돌아간 상태였다.


'아, 다 원래대로 돌아갔구나'


작은 카페 속 작은 소란은 이미 말끔히 잊혀버렸다. 괜히 애꿎게 쏟은 커피로 끈적이는 손만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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