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다르다'라고 생각할까.
2018년도 끝나가는 11월의 겨울, 오늘은 문득 든 "취미생활"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나는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명한 디자이너도 아니다. 27살의 인생을 살지만 그다지도 발전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림을 그리는 건 늘 즐거운 일이다. 디자인을 하는 것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 예를 들자면 tv보기, 책 읽기, 맛집 가기 등이 그런 것 들이다. 사실 "좋아하는 일"은 그리 특별한 게 아니다. 하지만 또래의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있다.
친구들에게 그 이유에 대해 물으면, 대체적으로 돌아오는 말은 같다.
"넌, 네가 뭘 좋아하는지 알잖아" "너 그림 그리잖아"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가끔 '내가 진짜 특별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곧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누구나 좋아하는 일은 있다. 아까 말했던 tv 보기와 같은 간단한 것들 말이다.
사실 요즘 이력서를 쓸 때면 늘 고민에 빠진다.
이력서의 칸에 있는 '취미활동' 란 때문이다. 좋아하는 게 확고한 나도 취미활동을 쓸 때면 고민에 빠진다. 이전 직장에서의 일들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하지만 전 직장은 내가 좋아하는 일과 상대적으로 관련이 없는 직종(광고 AE)이었다. 그 당시 나는 취미를 묻는 상사의 질문에 아무 생각 없이 사실 그대로 말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상사의 질문에 곧이곧대로 답변한 게 실수였다.
"자네는 취미가 뭔가?"
"네? 저는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해요"
"아 한사원 디자인과 나왔지?"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앞자리에 앉은 디자인 팀에게 보란 듯이 나를 '디자인과 출신의 기획자' 라며 소개하는 팀장이 얄밉기도 했다. 그림을 그린다는 말이 퍼져나가면서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난 그렇게 남다른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초반의 쏟아진 관심은 '호기심'으로 시작해 '악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팀장은 은근히 주말에 그림 그려오는 일들을 시켰고 이사님은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주기를 바랐다. 이런 일들이야 그려주기만 하면 되지만, 내가 '그림'에 관련된 일을 할 때마다 주변의 반응은 좋지 못했다.
"나도 이 정도는 그려" / "쟤는 왜 저렇게 못 튀어서 안달일까"
상사의 권유(라고 쓰고 압박이라고 읽는다)에 그림을 그려오지 않을 수도 없고 그림을 그려갈 수 도 없게 되었을 때 처음 내 취미를 '그림 그리기'라고 말한 자신을 원망했다.
사실 그림을 그리는 취미는 원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낙서도 할 수 있다. 물론 정말 잘 그린다면 작가를 하겠지만 딱히 작가라고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도 그들이 하고 싶은걸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일까.
그림 그리기에서, 다시 '취미생활'이라는 키워드로 돌아가 보자. 어떤 취미는 "특별한 대상"이 되기도 하고 어떤 취미는 이력서에 조차 쓰기에 "부끄러운 취미"가 된다.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특별한 대상"으로 숭배하거나, 깎아내리기에 바빠 보인다.
요즘은 어디 가서 쉽사리 "그림 그려요."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시선에 대한 부담도 '한번 그려보라'는 권유에서도 벗어나고 싶다. '우리'라는 틀에서 시작해서 '너와 우리'로 나뉘고 '너는 나와 다른 사람'으로 인식되어 곤경에 처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