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5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

구독자 수에 대한 집착에 대한 회고

by 손바닥

아무런 스펙이나, 제약 없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이 '브런치'라고 생각한 순간 나는 주저 없이 가입을 했다. 첫 승인심사 때 떨리는 마음으로 냈던 '그림과 글'에 관한 이야기가(현 사소한 감정기록소 매거진) 한 번에 통과됐기 때문에 혼자 무척이나 뿌듯해했다. 하지만 꾸준함을 찾기란 어려웠고 이내 금방 글쓰기는 시들시들해져 갔다.


내 글쓰기가 시들시들해져 갔던 이유는 바로 브런치의 '구독자 수' 탓이라며 슬쩍 책임전가를 해본다. 작가가 꿈은 아니지만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과,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 되어서 책도 출판하고, 강의도 하고 하면 좋겠지만..) 초반에는 꽤나 빠르게 구독자 수가 올라갔다. '사랑에 관한 단편 소설' 매거진도 꾸준히 읽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도 계셨다.


글을 발행하고 나면 하루에 10번도 넘게 통계를 보고 혹시 구독해주시는 분이 생겼을까 알람 창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는 '구독자 수'를 올리기 위해 이른바 핫한 키워드 만을 가지고 글을 써내고 있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글로써 스스로를 정리하고, 기록하기 위함이었지만, 통계적 수치에 사로잡혀버리니 쉽사리 잊혀 버렸다. 어느 날 브런치에 일기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 메인에 떠 있는 키워드를 보며 글감을 추려내는 자신을 마주하곤 브런치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휴대폰 어플에서 브런치를 지우고, 노트북 페이스북 로그인 유지를 해제시켰다. 한동안은 '내 브런치를 그새 몇 명이 더 읽었을까?' 궁금함에 사로잡혀 어플을 깔았다 지웠다를 반복했지만 더 이상 글을 발행하지 않으니 알람은 잠잠 해저 갔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고 브런치를 다시 찾아왔다. 브런치만큼이나 편하게 글을 적을 수 있는 플랫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사이 브런치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신규 발행 순으로 메인을 장식했던 글들은 '요일별로 발행되는 매거진, 00시 현재 브런치에서 인기 있는 글'과 같은 형태로 바뀌어있었다. 신규 작가의 진입은 어려워졌고 구독자 확보는 더 힘들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는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플랫폼이다. 세상 그 누구도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지 않았지만 브런치에서는 가능했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글도 읽어주는 사람이 생기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브런치에서 연재하며 생긴 36명의 구독자분들께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요즘도 나는 종종 통계와 구독자수를 확인하지만 이번에는 '수치에 지지 않는 나만의 글쓰기를 하겠다.'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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