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기는 외로움에서 출발하지만 외로움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오늘은 사람들의 말소리가 그리운 날이다. 조용한 주말에 홀로 앉아 쓰는 글은 외로움을 더 실감 나게 만든다. 무엇인가 '혼자 한다'는 것은 참 매력적이다. 혼자 영화보기, 혼자 카페 가기, 혼자 여행 가기 등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남들과 함께 할 때보다 더 많은 이야기 혹은 추억거리를 나에게 주는 것 같다.
지금은 '혼자 하기' 만렙이지만, '혼자 하기' 초보였을 때 혼자 뷔페 가기를 시도한 적이 있다. 그 날은 굉장히 더운 여름이었고 TV에서는 온갖 맛있는 음식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맛있겠다, 배고프다'
집에서 혼자 TV를 보다가 배고픔에 못 이겨 주방 찬장을 열었지만 딱히 먹을 건 없었다. 거실로 나와 다시 TV를 보며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뷔페 안 갈래?' 카톡을 보내봤지만 답장은 '미안, 지금은 힘들어'였다. 저마다 다른 사정이 있었다. 괜히 홀로 거실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 같아 외로움에 더 서글퍼졌다.
거실에 누워 하염없이 먹고 싶은 음식을 떠올리고 있었다.
'피자, 치킨, 초밥, 샐러드... 나 혼자라도 갈까?.. 뷔페...'
'혼자 뷔페를 가도 될까?' 걱정하며 인터넷의 온갖 '혼자 놀기' 팁을 검색해봤다. 결국 급하게 지갑을 찾아들곤 밖으로 나섰다. 배고프고 외롭고 서글펐던 그때의 나는 그 상황을 깨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적당한 옷차림, 편안한 신발, 꾸미지 않은 얼굴로 한 손에 휴대전화를 꼭 쥐고 집에서 40분가량 걸리는 역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좋아하는 음식이 모두 있는 장소는 뷔페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버스에 올라 타 친구들에게 마치 자랑하듯 '혼자 뷔페 갈 거다~'카톡을 보냈다. 하지만 속으로는 무척이나 떨렸었다. 친구들의 답장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외롭지 않겠어? / 혼자 가서 뭐하게? / 거기까지 나가서 밥만 먹고 오게? / 그러지 말고 주말에 같이 가자'
친구들의 답장에 괜히 더 외로워졌다.
버스에서 내려 역에 도착했을 때 몇 번이나 '돌아갈까' 고민했지만 이제와 돌이키지는 너무 아까웠다. 유명한 뷔페가 있는 오래된 건물의 엘리베이터에 도착했을 때 나보다 앞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한 남성이 있었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연찮게 같은 뷔페로 들어섰다. 종업원이 우리 둘을 보고서는 큰소리로 외쳤다.
"손님 두 분 자리로 안내하겠습니다"
당황한 남성과 나는 서로 눈만 껌뻑이며 쳐다봤다. 결국 내가 먼저 '저 혼자 왔습니다'라고 종업원에게 말했고 종업원은 연신 사과를 했다. 연이어 그 종업원은 다른 종업원 한 명을 더 불러왔지만 사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두 분 이쪽으로 안내할게요"
다른 종업원 역시 우리를 일행으로 착각했다. 같은 말을 두 번 하고 나서야 우리는 서로 각자의 자리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갑자기 생긴 일행 덕에 음식을 가져다 먹는 내내 그리 외롭지는 않았다. 그러고 나서 주위를 보니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또는 친구와 함께, 아니면 우리처럼 혼자 밥을 먹으러 온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음식을 가져다 먹으며 '옆자리 가족이 하는 이야기'를 듣거나, '옆옆 테이블의 같이 온 일행(?) 남성분이 먹는 음식'을 나도 먹어보면서 색다르지만 재밌고 걱정했던 것과 달리 외롭지만은 않은 식사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지나 지금도 가끔 너무 외로울 때면 그때의 일이 생각난다. 그리곤 '색다른 일이 생기지 않을까' 홀로 기대에 부풀며 지갑을 챙긴다. 카페에 가서 사람들의 말소리를 듣기도 하고, 가게의 아르바이트생과 적당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한다. '혼자 하기'는 외로움에서 출발하지만 늘 외로움으로 끝나지만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