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것은 '회사일', 그래 나는 흔히 말하는 '일중독'이다. 일중독자들의 특징에 대해서도 말하고싶지만, 아무래도 그건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오늘은 자칭 '일중독자'가 일이 없는 회사에 다니는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편의상 A회사라고 지칭하겠다. A회사에 입사한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엔 당장의 경력단절을 줄여보고자 쉬워보이는 일을 하는 회사로 입사했다. 일중독자인 나와 정반대인 회사를 선택한게 큰 잘못이었다. -이미 첫 단추부터 잘못끼워졌다- 처음에는 회사에 앉아서 일없이 있는것도 좋았다. 회사 메신저로 잡담을 하는것도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다. 퇴근시간이 되면, 눈치보지않고 빠르게 퇴근하는것도 너무 좋았다. -집에 도착했는데 해가 떠있다니!- 저녁이 있는삶, 워라밸을 경험하니 죽어라 일만하던 내 지난날이 한심해보였다.
하지만 달이 거듭될 수 록 만족도는 빠르게 떨어졌다. 저녁이 있는 삶도 점점 재미가 없는 삶이 되었다. 일이 없는날은 하루종일 회사에 앉아 놀아야했다. 일이 없으니 회사에 앉아있는게 시간이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양옆으로 바쁜사람들사이, 혼자 고요한 적막에 앉아있으려니 괜히 우울해지는 일도 많아졌다.
메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을 보면, 인간 욕구중 가장 위에 있는것은 바로 '자아실현'이다. 일중독자는 일을 통해 오는 보람이나 만족감으로 자아실현을 추구한다. 그런 일중독자에게 일이 빠지고 중독만 남았으니 자아도 남아만 있지 실현되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그래 맞다! 일이 쉬운회사에 오니, '자아실현이 되지 않는다'는 큰 문제점이 생겨버렸다.
삶에서 '일'이 빠지니, 뭘해도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재밌는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아도, 그 영감을 현실에서 실현할 공간이 없었다. 저녁이 있는 삶에서 느낀 새로운 경험들을 일로써 재탄생시킬 수가 없었다. 답답함은 점점 쌓여가고 괜히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는 일이 늘어갔다.
결국 일중독자인 내 삶의 질을 높이는건 월급도-물론 월급은 높을수록 좋긴하다-, 이른퇴근시간도, 맛있는 점심도 아니었다. 만족할만한 '일!' 일이 중요했다. 그래서 한가지 강구책을 내놓았다. 퇴근을하고 '나'를 위한 '일'을 하자.
마음을 먹자마자 바로 도메인을 구입했다. 호스트 서버도 사고, CRM에 연결해 웹페이지를 만들 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이것도 '일'보단 '취미'에 가까운 행위다보니 점점 흥미가 식어갔다.-완전히 식진 않았다 지금도 하고 있으니- 회사에서 하는일이 아니면 잘 만족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답은 퇴사인가,
퇴사를 하고 만족할만한 일을 주는 회사로 가면, 이 답답함과 스트레스는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고민에 사로잡혀 이직자리를 알아보다가도 옮기지 못하는데에는 너무 큰 이유가 있다. 회사 사람들이 너무 좋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들이랑은 비교가 안되게 좋다. 매일 욕하고 서류 던지고 싸우던 회사에서, 다들 고고한 한마리 학처럼 점잖게 말하고 행동하는게 너무 좋았다. 상대방에 대한 친절도 기본 베이스가 되는 회사에 있으니 날카로운 내 성격마저 둥그스름해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팀에서 야근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이전에는 단 한번도 부서의 핵심이 아니었던적이 없어서, 항상 가장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은 나였는데 이젠 아니었다. 야근하는 사람들은 일찍 퇴근하는 나를 부러워하고, 나는 야근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1. 이직을 하던지, 2. 부서의 핵심이 되던지, 3. 혼자하는 일에 만족도를 높여보던지
3가지 하나는 해야 이상황이 해결이 될것 같아서 한번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1.이직은 사람을 만족 못하는 회사에 가면 또 금방 나올것 같으니 패스하고 / 2. 부서의 핵심이 되자니 데이터 분석을 할 줄 알아야하는데 자바,파이썬,R,태블로 중 아무것도 할줄 아는게 없어서 당장되기는 힘들다. / 3. 남은건 혼자하는 일에 대한 만족도 높이기! 그나마 이게 가능성이 보여서 요즘도 웹사이트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3번을 통해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이고 자아실현도 해보고려고 했지만 쉽지않다. 혼자하니 답답하고 사업적인 발전도 까마득해보인다. 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이 3번이니 꾸준히 해보려고한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서 대학원도 지원했다. 돌파구란 돌파구는 다 찾아볼 생각이다. 이런다고 일중독자가 일대신 만족할만한걸 찾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해볼 수있는건 다해보고 옮길생각이다. 그만큼 사람이 괜찮은 회사는 찾기가 어려우닌깐 말이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많은걸 배우고 실현하고 또 꿈꾸고, 일하면서 살 수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