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은, 나를 닮는다.
일기를 써야 한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켰다. 이번이 세 번째, 내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저번에도 말했던 것처럼, 나는 일기를 쓸 때 딱히 큰 주제를 정해 놓고 적지 않는다. 이렇게 주절주절 적어내려 가다 보면, 딱 떠오르는 이야기가 생긴다. 그게 내 글의 주제가 되고, 나는 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일관성 있게 묶으려 노력한다.
글쓰기는 특별한 힘을 가졌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일렬종대로 세워, 비슷한 부류끼리 묶어 하나의 생각으로 매듭지어 준다.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을 때면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중요한 것은 어떤 건지, 조금씩 고민하고 정리하면서 글을 쓴다.
만년필을 좋아하지만 손으로 글을 적지는 않는다. 나는 타고난 악필이다. 광고 수업 때 손으로 적어간 카피를 본 교수님이 초등학생 글씨 같다는 말씀을 해주신 이후로, 더욱 손으로 글쓰기를 꺼려한다. 주로 만년필로는 그림을 그리고 컴퓨터로는 글을 쓴다. 보통 작가들과 작업방식이 반대가 된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떠리, 중요한 건 내가 글쓰기를 즐긴다는 것이다.
활동적인 취미는 아니다. 어디 가서 얘기하기 좋은 취미도 아니다. 애초에 나는 글쓰기를 취미라고 생각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냥 시간이 남으면 그리고 감정적으로 이성적으로 복잡해질 때면 너무 당연하게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글쓰기도 취미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땐 스마트폰이 없어서 늘 컴퓨터를 키고. 몰래 앉아 블로그에 일기를 쓰곤 했다. 그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져, 나는 아직도 블로그에 일기를 쓴다. 컴퓨터를 키고, 블로그에 들어가 하루의 일기라는 탭을 눌러 차곡차곡 내 생각을 기록했다. 지금 와서 어릴 때 적어둔 일기를 읽다 보면 참 많이 부끄럽다. 중2병 같은 이야기들부터 관심을 얻기 위해 적은 글들, 심리적인 불안감이 적날 하게 드러나는 글들을 읽다 보면, 내게 블로그를 가르쳐줬던 친구가 원망스러워지기까지 한다. 반대로 그 친구 덕에 나는 글쓰기애 재미를 붙였고,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쓰게 된 걸 지도 모른다.
지금도 나는 독서를 즐기지 않는다. 독서보단, 짧은 단편의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 브런치에서 연재되고 있는 수많은 글들, 바로 그렇게 짧고 서툴지만 자신의 생각을 듬뿍 담아낸, 그런 글들을 좋아한다. 다들 아마 제각기 다른 이유로 글을 쓸 것이다. 그 사람들이 무슨 이유에서 글을 쓰는지 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글 속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은 다정했고, 재밌었고, 또한 다양한 생각들을 자신만의 색으로 펼쳐가고 있다.
글쓰기는 특별한 힘을 가졌다. 생각을 담아내고 묶어내며, 그리고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차분히 설명해준다. 아마 지금 이 일기를 읽고 계신 분들도 어렴풋 나를 느끼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글을 쓴다는 건, 어쩌면 내 일부를 담아낸다는 것일지 모른다.
내가 쓴 글들은 나를 닮아있다. 무엇이라 딱 집어 말할 순 없지만, 분명 나를 많이 닮아있다. 아마 나는 평생 글쓰기를 대신할 만한 취미를 찾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