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봄,
벚꽃 흐드러지게 피던 그 때 처음 만나
두 번의 봄과 여름을 함께 맞았고
두번째 가을을 이제 막 느끼려고 보니
눈 깜짝할 새 가을이 다 가고 벌써 두번째 겨울이 오고 있다.
처음 함께 밥 먹던 날
내 물컵에 물을 따라주며 이것저것 얘기를 해주던 너는
이제 금요일 저녁 함께 누워 티비를 보며 한 손을 꼭 마주잡은 채 꼼지락대더니 손톱 깎을 때 됐다고 한다.
별다른 의미도 없었을 대화였는데,
나는 어쩜 그 말 한마디와 그날 그 모든 것들이
특별하고 소중하던지.
이제는 서로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눈은 다른 곳을 보고 있어도
손은 꼭 잡은 채 손의 감각만으로
우리 함께한 시간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금요일 밤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함께 누워 내 손톱 깎을 때를 일러주는 사람.
이제 겨우 두번째 겨울 함께 시작하지만,
세번째 네번째 열번째 스무번째 백번째가 되도록
내 손 꼭 잡고 내 손톱 깎을 때를 일러주는 사람이기를.
거듭되는 겨울의 그 찬 바람에도
거듭되는 우리 추억과 마음이 두터운 외투 되어
유달리 춥다는 그 겨울에도 난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