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없는 좁아터진 내 마음에게
인생 참 피곤하게 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나는 안 피곤한데? 괜찮은데? 하고 모르는 채로 둔하게 살면 또 모르겠는데, 나도 알아, 맞아, 너무 피곤해, 하면서도 이렇게 날이 곤두선 채로 예민하게 사니 정말이지 너무도 피곤합니다.
피곤하게 산다는 것은, 글쎄요, 아마도, 융통성 없이 꽉 막힌 채로 사는 거겠죠?
예를 들어, 보통 화요일에 빨래를 하는데, 그날따라 너무 피곤하면 다음날로 미룰 수 있잖아요.
그런데 성격상 그게 안됩니다.
하기로 한 일을 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너무너무 피곤해서 눕고 싶어도 방 청소를 싹 하지 않으면 누울 수가 없고요.
쇼핑몰에서 주문한 제품이 배송 중이라고 적혀있는데 안 왔다면, 그건 쇼핑몰 측에서 실수로 누락을 했다거나 부분 배송을 보낸 경우일 수도 있잖아요.
그럼 그냥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인데 그걸 주말 내내 붙잡고 있어요.
왜 안 왔지? 누락인가? 못 받는 건가? 자기네들은 보냈다도 하고 안 보내주고 띵겨먹으면 어쩌지?
별별 걱정을 다 합니다.
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그럴 가능성은 정말 희박한데도요.
객관적으로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어도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그게 참 어렵더라고요.
아니면 뭐, 잘못 주문을 해서 취소를 했다가 재주문을 한 경우, 취소한 건에 대해서는 보통 시간차를 두고 환불을 해주지 않습니까?
그걸 알면서도 환불이 됐나, 안됐나, 다른 데는 취소하면 바로 해주던데 여긴 왜 바로 안되지? 하면서 계속해서 새로고침을 눌러댑니다.
주말이고, 새벽이고, 세상은 다 잠들어 있으니 해가 뜨고 월요일이 되어야 모든 일이 해결될 거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잘 안되네요.
그래요, 진짜 인생 피곤하게 살고 있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하루살이로 삶을 살아요.
하루에 에너지를 활활 전소하고 녹다운, 그리고 조금 충전한 뒤 다시 다음날 활활 태우고 기절.
인생이 이런 식입니다.
가끔은 내 감정이 내 말을 듣지를 않는 것 같아요.
내 감정에도 자아가 있는 것 같고, 내 감정에 내가 압도를 당해요.
내 감정을 내가 컨트롤해야 하는데, 내가 조종당하는 느낌이죠.
그럴 때면 한없이 나약하게 느껴지고, 허탈하고.
그래도 원래는 하루살이처럼 하루만 보고 살았는데 요즘은 조금 노력하고 있어서인지 일주살이로 진화했어요.
안 그래도 고단한 삶인데 왜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쏟고 집착하게 될까요.
그냥 시간이 다 해결해줄 일인데, 오늘도 그 시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며 물어봅니다.
지금 내가 이렇게 고민하고 전전긍긍해도 해결 안 되는 거 아는데, 내일 동이 트면 다 해결될 거 아는데, 그래도 지금 당장 해결해달라고.
인생 참 미련하게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