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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ric Jan 10. 2016

인터스텔라

이성적 감성


영화 '인터스텔라'를 다시 보았다. 16년이 되었으니, 벌써 2년 전에 처음 본 셈이다. 그러다 문득 볼만한 영화를 찾다가 인터스텔라를 다시 보게 된 것인데, 2년 전 처음 봤을 때도 1부터 10까지 전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오늘도 역시나였다. 놀란 감독이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은 '사랑의 힘'이라는데, 나는 인문학도임에도 학창시절 관심이 많았지만 이과의 문턱 앞에서 좌절할 수 밖에 없었던 과학에 더 관심이 쏠렸다. 오늘은 해석까지 찾아보며 완벽히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


가장 흥미로운 것 3가지를 뽑자면, 첫 번째는 웜홀의 모양이다. 영화에서도 설명이 나오는데 보통 학계에서나 책에서 보여지기로 웜홀은 원의 형태를 하고 있다. 그러나 웜홀은 어느 한 지점과 다른 지점을 연결하는 곳으로, 두 지점을 입체적으로 연결하면 그것이 곧 구가 된다는 사실이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인 것을, 이렇게 보니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다음은 미래의 쿠퍼가 과거 혹은 현재라고도 할 수 있는 그 시점의 쿠퍼를 막기 위해 5차원의 세계에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무엇보다 5차원을 그런식으로 재현해낸 것이 감탄스러웠고, 연이어 미래의 쿠퍼가 과거의 자신을 우주로 보내지 않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머피의 법칙을 보여주어 흥미로웠다.


마지막은 두번째와 연관이 있는 부분인데, 지난 글에서 생각했던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이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미래의 나는 함께 존재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과거의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이자 미래의 나를 봤을 것이고, 미래의 나는 과거이자 현재의 나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5차원의 세계에서 미래의 쿠퍼가 과거이자 현재의 쿠퍼 자신을 우주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해 5차원의 벽을 두드리는 행동이 과거이자 현재의 쿠퍼에게 똑같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도 과거와 현재, 미래에 각각 존재하는 별개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문과생인 나로써는 많은 물리학자, 수학자, 천문학자 등이 보는 시점에는 택도 없겠지만, 인문학도만의 감성으로 나름 이해하고 그 여운을 이 곳에 적는다. 오래간만에 적는 긴 글에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아마도 미래의 내가 과거이자 현재의 나에게 글 그만 쓰고 잠에 들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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