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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슬 Oct 30. 2020

종이가 세상을 망할 것이라 했던 인간들에게

종이가 세상을 망할 것이라 했던 인간들에게




나는 대답한다. “아니 세상은 플라스틱으로 인해 멸망할 것”이라고. 플라스틱 섭취가 많아진 플랑크톤, 그리고 먹이로 착각해서 죽은 해양 동물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새롭기보단 불편한 뉴스다. 사람들은 편의성을 찾아 떠나고 불편한 진실은 삶의 이면에 남아 그렇게 살아간다. 해파리로 착각하고 먹은 비닐이 위벽에 들러붙어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서 아사한 돌고래 따위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시작부터 불편한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쓴 플라스틱이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는 건 더 불편한 진실이니 어쩔 수 없다. 참고로 내가 가장 집착하는 것은 쓰레기다. 텀블러를 챙겨 다니며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장을 본다. 쓸데없는 소비는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천연 수세미를 사용하며 비누 세재를 쓴다. 매번 분리수거를 하면서도 버리는 쓰레기는 내 마음의 죄책감을 덜어주지 못 한다. 내가 본 그 한 문장.


      

“내가 버린 쓰레기는 지구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다.”     




수명 주기가 긴 플라스틱은 내가 죽어도 이 지구를 배회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말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런 분들을 위해 나의 백세 인생을 위해 흠흠 이야기를 좀 시작해야겠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이제 종이를 쓰는 사람들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반쯤 맞는 말이다. 그 덕에 우리는 나무를 베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그래서 환경이 보전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들이 생각한 그 스마트한 세상은 두 가지 이로운 점이 있는데, 첫째 종이를 대체할 전자기기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둘째 그 덕에 우린 나무를 베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서 환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스마트하게 종이를 대체할 수 있게된 세상에 사는 우리로선 이제 대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차차리 나무를 베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세상이다. 나무를 대체하던 플라스틱은 자연분해에 더 긴 시간이 걸린다.  실감이 나게 표현하자면, 오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담아마신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제대로 버리지 않으면 자연 속에서 당신보다 더 오래 살아갈 것이란 것.



이제는 과연 종이를 대체할 스마트한 세상이 정말로 환경친화적인 것이 맞냐고 물어보고 싶다. 스마트한 세상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필수품이 더 많아졌다. 새로운 소비를 부추기는 기업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삶의 필수품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넷플릭스를 편하게 보기 위해 테블릿 피씨가 필요해진 세상에서 아, 과연 종이를 대체한 전자기기가 얼마나 환경친화적인가!     



환경문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당연히 함께하던 문제라 여전히 심각해지기만 하는 상황에선 지구가 아직도 멸망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뿐이다. 지구가 얼마나 자정작용이 뛰어난 하나의 생명체인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코로나 19로 인해 대기 오염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는 뉴스와 마스크 쓰레기로 고생중인 동물들의 사진이 교차한다. 이런 식이라면 나는 멋진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물으면 극단적인 대답만이 나온다. 몰라. 인간이 다 죽어버려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밑도 끝도 없는 대답. 하지만 지구상의 인간을 모두 죽일 순 없다. 인간만 죽어나는 세상은 없을 것이다. 그런 세상에선 모든 생명체가 살 수 없을 테니 말이다.      



플라스틱 시대를 살아가는 21세기 인류로서 나는 22세기 인간들의 시선이 두렵다. 정세랑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비단 이 문제에 고민하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님에 안도한다. 다만 이런 생각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더 나은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데에 기업들이 동참하길 바란다. 그래야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덜 수고로울테니 말이다.          



이제 아메리카노를 사 먹으러 가면서 텀블러를 꼭 챙겨서 집을 나서보는 게 어떨까? 지구에 추가될 플라스틱 쓰레기를 하나 줄인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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