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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슬 Nov 01. 2020

그래도 채식주의

죄송한데, 전 100살까지 살 예정입니다만...

그래도 채식주의     



혼자 살기 시작하면 알게 되는 가장 큰 충격 중 하나는 쓰레기다. 배달문화가 지금만큼 활발하지도 않았지만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음을 알았다. 고작 나 하나 건재하는 있어서. 이 쓰레기들이 과연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보니 도저히 하나하나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이 없었다. 최대한 깨끗하게, 그리고 적게를 모티브로 삶을 살아가면서도 어딘가 불안함 마음이 공존했다.     



특히 그때 물 사용량을 줄이는 일에 심취해있었다. 절약형 수도를 사용하고, 빨래를 모아서 한 번에 같은 것들. 페트병 물이 아닌 주전자에 끓여먹으며 그래도 지구를 위한 인간이라고 안도했다. 언제나 가방을 가지고 다녔고, 왠만해선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포장이나 샘플을 받지 않았다. 텀블러를 사용하는건 기본! 그런 나의 무모한 삶에 친구들은 “대단하다”라며 “난 못해”라고 했지만 큰 신경은 쓰지 않았다. 삶을 바꾸는 작은 날개짓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나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결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의 소비보다 식습관의 변화라는 주장이 일어났다. 하긴, 내가 샤워하는데 써봤자 얼마나 쓰겠냐만서도...평생을 살면 정말 많이 쓰지 않을까?를 고민하던 와중에. 지구의 자원을 가방 빠르게 소모하고 있는 산업이 자동차도 아닌 ‘육식’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소의 방구와 트름 마저도 환경오염의 원인이었다. 그것도 너무 속상했다. 고작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이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이 된다는 것도. 그리고 육식에는 탄소뿐만 아니라 물 역시도 많이 든다는 것.-아아보카도여! - 이제 아보카도를 가득 사서 오지 않는다. 아보카도를 계란과 간장에 비벼 먹던 행복한 나날이 그립기도 하지만, 서브 웨이를 먹을 때 아보카도를 추가하는 것에 만족하기로.      


맛있는 것들은 왜 하나같이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지.

젠장 방구도 많이 끼고 물도 많이 먹는 친구였구나 하는 생각에 한숨이 먼저 나왔다. 식감 좋은 콩고기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콩고기가 저렴한 가격으로 도포되기 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인가와 같은 고민을 하면서도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되진 못했다.      



일주일, 그리고 이주일씩 고기를 먹지 않는 날을 정했다. 정말로 고기가 땡기는 날에 먹자. 우선 이렇게라고 생활 습관을 바꿔보자 하는 마음.



이렇게 살다보면 무례아닌 무례한 질문을 듣는다.

왜 그렇게까지 해?

왜긴, 나의 미래 소득은 불투명하고 얍실하니깐.

그리고 지구 종말 이전에 나를 로켓에 태워줄 과학자 남편도 없을뿐더러. 나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줄 사람이 있을까? 아니 적어도 내가 엄마아빠를 살릴 수나 있겠냐는 그런 생각이 먼저 든다. 분명 이런 체력으론 설국열차의 꼬리칸에도 탑승할 수 없을텐데. 그렇게 꽁꽁 얼어죽겠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마치 환경문제가 다음 세대의 문제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이상 효과가 없을 것이다. 2세는커녕 결혼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대가 아니었나요?     



그러니 얄팍하고 이기적이지만 미래의 내가 매일 샤워를 하고 식수를 공급받는 일이 방해 받지 않길 바란다. 여전히 모순덩어리지만 그래도 노력은 하고 싶다. 노력의 가치가 작지 않다고 생각하고, 소소하게 모두 노력하면 규모의 경제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해 본다. 내 몫의 소가 양육되지 않는다면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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