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인도

연습 / 응원 / 가식

by 은숲

나는 이메일을 보내고 노트북을 닫았다. 아마 높은 확률로 거절하는 이메일이 올 것이다. 본사의 편집 방향 운운하며 당신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같은 답장이 오겠지. 그래도 속은 후련했다. 글쓰기 연습은 할 만큼 했고 이것마저 반응이 없다면 작가의 꿈은 접을 생각이다.

난 짐을 챙겼다. 예매한 비행기 시간이 6시간쯤 남아 있었다. 인천공항에 가는 리무진 버스 줄은 길게 서 있었다. 다들 하하 호호 즐거워 보였다. 내가 골방 같은 카페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동안 누군가는 여행의 설렘을 느끼며 비행기를 탔겠지.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쳤다. 내가 가진 짐은 배낭이 전부였다. 짐을 부칠 것도 없었다.

내 목적지는 뉴 델리 공항, 인도다. 어렸을 적 고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은 우리 사이에서 또라이로 통했다. 패는 건 기본이고 수업 시간에 1분이라도 늦으면 긴 복도를 땀이 뚝뚝 떨어질 때까지 토끼뜀으로 지나가야 했다. 그래도 은근 재미있는 구석이 있어서 싫지만은 않았는데 그가 수업 시간에 늘 말했다.

"너네 공부도 못하면 쩌어 인도 같은 데 가서 불가촉천민도 못한 취급 받는다잉."

나와 친구들은 들으면서 낄낄댔다. 웃음 아래에는 나랑 관련 없는 세상이라는 안도감이 깔려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자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상하게 인도가 끌렸다. 가서 카스트 제도를 몸소 체험하고 연구하자는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인도행 비행기를 끊은 거 보면 세뇌가 무섭다. 어느새 스며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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