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 / 목걸이 / 광장
우리는 광장을 지나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나는 그를 곁눈질했다. 그는 초조하게 목걸이를 매만졌다.
"아직 멀었나요?"
"거의 다 왔어요. 좀 구석이긴 한데 여기처럼 잘 구현한 데가 없다니까요."
나는 앞서서 먼저 모퉁이를 돌았다. 우리 눈앞에 가로로 긴 단층 건물이 보였다. 입구에는 '해변의 미소'라는 간판이 적혀 있었다. 그는 간판을 읽고는 의심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럴 줄 알았다. 내담자를 데려올 때마다 늘 같은 반응이었으니까.
"이름 참 식상하죠? 그런데 끝나고 나면 바로 납득할걸요."
입구에 들어서자 어른 키만 한 키오스크가 보였다. 이곳은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바다를 기막히게 표현하는 곳이었다. 도시 한복판에서 바다에 온 기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사람들이 놀러 오는 곳이기도 했다. 다만 나는 목적이 달랐다. 나의 목적은 치료였다.
능숙하게 '이용권' 버튼을 눌렀다. 30분 간격으로 다양한 시간대가 보였다. 고민하느라 1시간과 30분 사이에서 손가락이 맴돌았다.
"흠, 우리 가원 씨는 처음이니까 짧게 할게요."
'30분'을 누르고 내 신분증을 아래에 갖다 댔다. 곧 안경이 하나 딸랑하고 나왔다. 나는 안경을 집어서 가원의 얼굴에 조심스레 씌웠다. 가원의 가쁜 숨이 내 팔에 스쳤다. 눈빛은 불안하게 떨렸다.
"정말 괜찮을까요?"
"할 수 있어요. 여기는 안전해요. 헤엄도 치고 잠수도 하고 맘껏 놀다 오세요."
나는 그의 어깨를 꼭 쥐었다 놓았다. 어렸을 적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한 그에게는 바다 공포증이 있었다. 일 년이 넘도록 상담을 했지만 큰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그에게 범람 효과가 필요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를 안에 보내고 나서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의자에 털썩 앉았다. 큰소리를 치긴 했지만 알게 모르게 긴장한 것 같았다. 혹시 이마저도 소용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초조하게 다리를 떨며 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뒤, 그가 나타났다. 악보에 쓰인 8분 음표들처럼 그의 걸음걸이는 가벼워 보였다.
"어땠어요?"
"나쁘지 않았어요. 더 길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는 싱긋 웃으며 덧붙였다.
"해변의 미소 맞네요."
나는 안도하며 그가 건넨 안경을 건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