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이유

리듬, 글자, 자리

by 은숲

어느 여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멋있어 보여서일까. 얼떨결에 300매 남짓한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재밌었다. 어린 시절의 상념이 왜 이제야 떠올랐는지 아쉬웠다. 더 일찍 쓸걸.

글을 쓰다 보니 알겠다. 글은 글자로 만들어진다. 때로는 글자 하나를 쓰기가 두렵다. 내가 내디딘 자리가 맞는지. 끊임없이 점검하느라 자판을 두드리는 손끝이 떨린다.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아 딴짓만 하고 있을 때, 옆 사람의 자판을 두드리는 리듬이 부러울 때도 있었다.

어느 유명한 작가님이 그랬다. 글쓰기는 무척 개별적인 일이라고. 내게는 그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유머를 쓰윽 얹는 일도, 내 안에 일부가 떨어져 나온 인물을 만드는 일도 즐겁지만 내 세계를 건설해 나가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수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지만 결국 혼자서 시작하고 혼자서 끝내야 하는 일. 글쓰기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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