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2 착각하고 있었다
양심에 거리끼어 볼 낯이 없었다
나를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기대받는 것을 싫어 했기 때문에
기대하는 것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양심에 거리끼어 볼 낯이 없었다.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지켜보는 시선이 두려웠다.
그랬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기대가 아니라 평가였다.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싫은 거였다.
타인의 평가가 내 마음보다 우선시 되는 순간
내 가치는 사라졌고 난 무의미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왜 몰랐을까.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타인의 평가가 아닌 내 마음이었단 것을.
기대라는 기다림 속에 담긴 설렘이
내 가치를 드러내고 날 의미있게 만든다는 것을.
착각이라는 자기합리화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면 온전한 내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