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이면 길게 쉰건 아닌 것 같은데.
오랜만의 연휴를 푹 쉬어 보내고 있다. 그래봤자 매일 외출하고 운동하여 심신의 피로가 완전히 풀린건 아니나, 오늘을 위해 지난 주까지 체력을 모두 소진했기 때문에 '이제 숨이 좀 트였다, 살았다'는 표현을 입에 달고 사는 요즘이다. 여행에서 사흘 간 10만보를 넘게 걸어도 봤지만, 개인적으로 타고난 체력이 좋다고는 생각해본적 없다. 징징거리면서도 꾸역꾸역 앞으로 나가는 근성이 조금 있을 뿐. 멋은 없지만 그래도 이정도 하는게 어디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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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간 집 근처 카페에 도장을 찍으며 매일 2시간 정도는 책 읽고 메모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전체 공부의 비중은 HR 90%, 영어 및 AI가 10% 정도였는데, 대부분이 'High output Management'를 읽는데 소요된 시간이다. 이론의 배경이 되는 피터 드러커는 경영서적의 바이블과 같은 존재인데, 나는 아직 그에 사견을 내놓을 정도의 식견이 없기에 우선은 그냥 읽어보는 중이다. 웃기게도 이 책을 구매한지 2년이 넘었고 군데군데 형광펜 칠들이 있는데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는 것일까? 공부한다는 느낌만 내고 흘려보내는 단순 여가시간들이 모여 나를 슬프게 한다. 그래도 밑빠진 독에 끈적한걸 계속 흘려보내다보면 구멍이 작아지고 언젠간 메꿔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다시 책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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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인생 속에서도 기억되지 못하는 그 찰나의 순간들이 아쉽다. 그리하여 책 읽기를 능동적으로 하기 위해 2가지의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하나, 책을 연달아 읽으며 책 간의 고리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한다.
둘, 동료들에게 전달할 간단한 퀴즈를 만들어본다.
둘 다 능동적인 글읽기면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나만의 방법. 첫 번째는 배경지식 간 연결성을 강화하며 단순 정보 습득을 넘어 새로운 생각을 창출해내기 위함이며, 두 번째는 역시 남을 가르치는 것만큼 학습에 도움되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은 누군가 주워담을 수 있게 정리해서 필요한 위치에 두는 것 뿐, 어떠한 강요나 강제도 있을 수 없다. 상대가 배우려는 마음이 없어도 자기만족이랄까. 그럼에도 이상적인 조직이라면 관리자가 아닌 내가 종종 동기부여를 불러 일으키는 대상이 될 때가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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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새로운 습관, 세계문학일력에 매일 메모를 남기고 있다. 벌써 3주가 되었는데, 기록이 눈에 보이니 일기보다도 적극적으로 하게 되는 일 순위 습관이 되었다. 바라던만큼 문학적이거나 감성적인 인간으로의 전환, 어휘 및 문장력 향상 등의 효과는 없었지만, 사실 오늘 뭘 적었는지조차 크게 기억도 나지 않지만 나중에 여행가는 길에 보면 꽤 쏠쏠한 요깃거리가 될 것 같다. 정보 과잉의 사회에서 집중력과 기억력이 고갈되는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반복하고 연결고리를 만들어 그 시절에 필요한 정보들을 붙잡아두고 나중에 써먹을 수 있게 준비해두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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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휴를 즐기기 위해 강남을 찾았다. 여러 추억이 녹아있는 이 공간, 너무도 각양각색의 욕망이 피어나고 춤추는 곳. 그래봤자 평범한 하루를 보낼 뿐이겠지만 마무리된 하루는 과연 몇 점을 매길 정도의 만족이었을까? 기댈 곳도 설렐 것도 없는 나날이지만, 상쾌한 숨 들이쉬며 여유롭게 관찰자처럼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별할 것 없지만 큰 불만과 두려움도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