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에 대한 갈망. 마치 주말 아침에 듣기 좋은 노래처럼
오랜만에 집에서 점심을 먹은 날. 캘린더를 들여다보니 무려 8주 만이다. 그간 뭐가 그리 바쁘다고 약속을 잡고 돌아다녔던가. 평일 약속까지 쌓여 몹시 피곤하던 여정 속에서 단비 같은 휴식시간이다.
흔히들 내향인이면 집에서 에너지를 회복한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 면이 없진 않지만 1년에 360일은 바깥에 나가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운이 별로 없어보였나.
쉬는 날이더라도 운동하고 카페가면 그럴 법도 한데 아예 안 나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진다. 누워서 웹툰 보는 시간이 내게 마냥 힐링이라기보단 일종의 부채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대개 이른 점심을 먹고 운동 카페 공부 산책을 모두 소화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게으름피고 오후 3시가 넘어서 겨우겨우 기어나갔다가 절반의 결과만을 달성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혼자만의 시간, 규칙적인 노력, 그리하여 성장으로 이어지는 루프를 만들고 싶었으나 커다란 사건이 한번 덮칠 때마다 덜 굳은 모래성처럼 자비없이 휩쓸려간다. 그 와중에 출근시간 경제뉴스와 퇴근 후 운동이라도 붙잡아둔게 다행이려나.
무튼 늦게 나온 휴일의 기분은 썩 좋지 않다. 오랫동안 휴대폰을 붙잡고 있다가 (지금도 그러하다) 나와서 걷다보면 뇌 속에 찌꺼기가 껴서 빠지지 않는 듯한 두통과 뻐근함을 동시에 느낀다. 이것은 자세의 문제일지도, 인지적인 고통일지도 모르는 가운데 기분 전환을 목적으로 플레이리스트에 없던 음악을 알고리즘을 타고 듣는 노력을 해보기도 한다.
그중에서 클래식과 재즈를 좋아하지만, 마음의 평안이 필요할 때만 찾다보니 오히려 화를 돋구게 된다는 느낌이 든다. Paris match, Mamerico, Blu swing 등 여성 보컬들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느긋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의 코지함이 내게는 사치인것마냥, 머릿 속 찌꺼기들에 꿀을 발라서 두뇌 혈관을 더 엉키게 하는 기분이다. 답답하다. 기본적으로 느긋한 성정에 재즈, 보사노바, 다양한 장르를 즐기는데 왜 이런 감정이 들어서 머리가 아픈걸까.
요즘은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나와 상대의 모습에만 몰입하다보니, 정작 현재의 내가 어떤 사람으로 형성되어왔는지에 대한 고찰의 시간이 부족했다. 추론이 불완전하거나, 사람이 바뀌는 면도 있으니 적어도 매주 확인해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최근의 바쁜 일정이 나다움으로부터 스스로를 밀어내는 벽이 되어버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에너지가 고갈되어서 뭔가를 할 마음이 없었기에.
다음 주부터, 어쩌면 꽤 오랜 시간 쉬어가는 삶을 살아야할 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들었다. 지금도 저녁 약속을 기다리며 혼자 카페에 있는데, 운동을 다녀오지 않은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느낀다. 추운 날 홀린듯 스스로를 밖으로 내밀어 혹사하던 시기를 정리하고, 따뜻한 봄 계절에 혼자만의 시간을 채우려는 것도 어쩌면 순리에 어긋나고 타이밍이 참 별로긴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렇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만나고 알아가자는 마음이 다시금 강한 확신을 요구하며 사람을 밀어내는 축으로 기울어버리는 중이다. 나도 완벽하고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조건을 떠나서 내 마음이 흔들릴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면 또다시 하게 될 감정소모와 아픔의 순간이 나는 두렵다. 피부장벽과 함께 무너져가는 청춘의 시간이 끝나는 것도 무섭다. 런웨이가 끝나기 전 최선의 선택을 내리려면 약간의 현명한 전략과 지대한 운이 필요하다. 대부분은 운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손놓고 기다릴수만은 없으니 나라는 자본을 더 쌓아 올리면서 선택의 질을 높여보려는 것이다.
그러려면 역시 혼자만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봄바람 불어오면 민들레처럼 흩어질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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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적으로 풀어내고 공유하고 싶은 내용도 많은데 정제된 글로 쓰기까지의 묘한 부담감이 있다. 최근의 과업과 관심사는 인재상 수립, 온보딩, 업무효율화 등인데 동종업계 모임을 나가봐도 그리 자극되지도 않고 효율적인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숨겨진 글들을 찾아보며 인사이트를 얻는게 더 낫겠다 싶은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