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번역 3년차다. 2022년 시작해서 2023년 한 권 하고 몇 달 동안 일이 없었고 2024년에도 두 권밖에 번역 못하고 연말에 일 없이 놀았다. 그래도 올해는 완역한 게 4권에 현재 두 권 작업 중이니 해가 갈수록 나아지기는 한다.
번역 3년차. 10권째 작업 중. 하지만 여전히 초보티를 벗지 못하고 전업번역가로 먹고살지도 못하고 있다. 3년째 모아놓은 돈 까먹는 중이다.
처음 전업번역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래도 2~3년이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줄 알았다. 많이는 못 벌어도 먹고 살 만큼은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내년에는 더 많이 벌 수 있으려나. 나 계속 전업번역가로 먹고살 수 있는 걸까. 투잡을 뛰어야 하나도 많이 고민했다.
올해 처음으로 역자교정을 해봤고 그러면서 내 번역이 얼마나 엉망인지 똑똑히 알게 됐다. 편집자님이 수정한 게 거의 재창조 수준이라 얼굴을 못 들겠다 싶을 정도로 너무 부끄럽고 죄송하고. 오역도 군데군데 있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래도 몇 권 작업했고 3년째 번역 하고 있는데 아직도 이렇게 부족하다는 게 충격이기도 했고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그리고 번역하면서 게을렀던 건 아닌지 반성했다. 더 많이 들여다보고 더 많이 고민했어야 했는데. 번역가가 얼마나 고민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건데 나는 게을렀던 것 같다.
물론 합격한 것도 있었지만 떨어진 샘플이 진짜 많았다. 그런데도 나는 뭐가 문젠지도 몰랐다. 그러다 한 샘플 담당자가 피드백을 줬다. 내 거는 뚝뚝 끊기고 잘 읽히지 않는다고. 굉장히 충격이었지만 떨어진 샘플에 굳이 피드백 주는 사람도 처음이었어서 무척 고맙기도 했다. 근데 그러고도 문제점을 못 찾아서 결국 제3자(동생)의 도움을 받았다. 번역 공부할 때 내가 번역해놓은 걸 독자의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웠는데 나는 그게 전혀 안 되고 있었다. 내용을 다 알고 영어 문장도 다 아니까 어색한 번역도 나는 이해가 가고 괜찮아보였다. 제3자의 피드백도 받고 또 번역 관련 책 공부도 하면서 이제까지 번역에 문제가 많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나는 지나치게 원문을 의식하고 있었다. 원문에 쓴 표현, 배열 순서 이런 거에서 벗어나는 게 무서웠다. 그저 원문을 충실히 한국어로 해석하고 있었다. 한참 샘플에 떨어지다 합격한 원고는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의미 전달이 잘 되고 번역투 같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보려고 나름대로 과감한 번역을 했다. 하면서도 이래도 되나 겁이 났는데 결국 합격했다. 그 이후 샘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까지 나는 대체 무슨 번역을 해온 건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번역한 책을 죄다 다시 번역하고 싶을 지경인데, 다시 하면 적어도 전보다는 괜찮게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하고 있는 거나 잘해야지.
일이 없어서 불안에 떨며 보냈던 지난 2년의 연말을 생각하면 올해는 일이 두 건이나 있어서 정말로 감사하다. 샘플 피드백을 주셨던 편집자님께 감사하고 제3자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나의 맹점을 짚어준 동생에게도 감사하다.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업번역가로 먹고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이 공부하고 더 고민해서 번역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