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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애틀 닥터오 Mar 03. 2021

찌릿한 시린 이의 정체를 밝혀라

시린 이의 원인

일명 ‘풍치’, 시린 이를 경험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치아가 있는 사람이라면 일평생 살면서 시린 이를 완벽하게 피할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기분 좋게 마신 시원한 물을 마실 때에도 ‘찌릿’! 겨울에도 차가운 커피를 포기할 수 없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노예들에게 찌릿한 시린 이는 시련 중에 시련입니다. 어쩌면 먹방의 유행을 따라 식도락의 삶으로 위안을 삼는 우리들에게 시린 이는 원하지 않는 저주와 같아 혐오스럽기까지 합니다.

치과에 오는 환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왜 자기 이가 시도 때도 없이 시린지 물어옵니다. 그때그때마다 치아의 상태를 파악하고 원인과 대처를 알려드리기는 하지만, 설명을 덧붙여 치아의 특징과 통증의 상관관계에 관하여 정보를 드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오늘은 지면을 통해 시린 이가 유발되는 원인과 그 정체를 밝혀 드리겠습니다.


치아의 내면 구조


치아의 보이지 않는 구멍

치아는 육안으로 보기에는 구멍 하나 없이 매끈한 도자기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치아는 가장 바깥쪽의 법랑질(Enamel), 그 안쪽으로 상아질(Dentin), 뼈와 맞닿아 있는 백악질(Cementum)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안쪽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셀 수도 없을 만큼 무수히 많은 미세한 구멍들(Tubules)이 촘촘히 붙어있어 가장 깊이 위치한 치수(Pulp) 내의 신경과 핏줄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습니다. 이리저리 미로처럼 사방으로 뻗어진 수많은 길들이 모여 신경까지 도달합니다. 그나마 한 번에 뻥 뚫린 고속도로가 아니라 다행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아무런 영향도 없이 매일매일 시린 이로 고생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치아의 구조

치아가 세상에 태어나 주인에게 많은 쓰임을 받게 되면, 미로와 구멍으로 이루어진 법랑질 층은 점점 얇아지게 됩니다. 법랑질이 얇아지면 열린 구멍들이 상아질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미로의 길들이 신경과 핏줄이 자리한 맨 안쪽까지 근접하게 되어 멀쩡해 보이는 치아가 바람이 든 것처럼 시리게 됩니다. 감각의 도착지인 신경까지 얼마 남지 않음을 알려 주고 있는 것입니다.


치아 내부의 미세한 작은 구멍들


구조상, 가장 바깥쪽인 법랑질의 구멍이 더 작습니다. 이런 이유로 치아를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잘 보호해 주며 에나멜이 깨지거나 작은 충치가 생긴다 해도 멀리 떨어져 있는 신경이 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마모의 위치에 상관없이 법랑질이 아닌 상아질로 가까이 들어갈수록, 신경이 자리한 치수에 더 가까울수록, 그 구멍은 더 커지며 미로의 도착지가 바로 앞이기 때문에 시림의 유무 혹은 정도에 따라 치아의 상태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시린 이의 환경과 습관


강한 칫솔질


위생에 철저한 한국 분들에게 양치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의 일부입니다. 게다가 드라마에는 양치질이 자주 등장하여 로맨스의 추억을 만들거나, 분노의 한 장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가장 유명한 짤로는 차인표의 ‘분노의 양치질’이 유명합니다. 이 장면 때문이었을까요? 한국 분들의 대부분이 ‘분노’의 흔적이 많습니다. 그 흔적은 주로 치아의 뿌리 쪽에 패인 듯한 모양으로 잘 나타납니다.


차인표 씨의 분노의 양치질, 구글 이미지


이 현상은 딱딱한 음식을 좋아하며 이를 앙다무는 습관과 밤중 이갈이 습관이 있기는 하지만, 양치질을 강하게 하는 분들에게 거의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턱이 만들어내는 힘이 치아에 작용하면, 뿌리가 시작되는 부분이 미세하게 구부러집니다. 이때 치아구조가 조금씩 떨어져 나와 세모로 깎인 모양(Abfraction)을 만듭니다. 이 부위에 강한 칫솔질을 하게 되면 둥그렇게 마모(Abrasion)가 되며, 노출된 미세한 구멍을 통해 신경까지 외부 환경이 재빠르게 전달됩니다.

이런 분들은 양치질을 할 때 주로 치아가 시립니다. 이 습관이 지속되면 외부에 드러난 뿌리 표면이 더 파이게 되어 특히 차가운 음료를 마실 때 불편을 느끼게 되고, 통증과 같은 시림이 지속된다면 신경치료를 해야 하는 지경까지 가기도 합니다.

잘못된 전동칫솔의 사용

처음 전동 칫솔이 생긴 목적은 손이 불편한 분들의 양치질을 돕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편의성이 일반인들에게까지 알려져 요즘에는 누구나 전동 칫솔을 구매하여 사용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용자가 전동칫솔을 일반 칫솔처럼 쓰기 때문에 치아 손상이 올 수 있습니다. 매끈한 치아 표면 군데군데에 송곳으로 찌른 듯한 모양(Pit)이나 길게 패인 곳(Erosion)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도 시린 이로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전동 칫솔을 쓰는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위생에 철저하신 분들입니다. 이를 더 잘 닦기 위해 전동 칫솔을 사용했고, 자주 닦아야 좋은 것이라 여겨 더 자주 닦았을 것입니다. 과유불급입니다. 이분들에게는 손을 사용하여 부드러운 일반 칫솔로 약하게 솔질을 하시고 딥 클렌징의 목적으로 일주일에 한두 번 전동칫솔을 사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충치

음식 찌꺼기나 당분은 보이지 않는 치아 사이사이에 숨겨져 세균들의 먹이가 됩니다. 영양을 잘 섭취한 세균들은 치아 곳곳에 산도가 높은 자신의 부산물을 발라 놓습니다. 이 부산물은 법랑질, 상아질, 백악질의 광물질과 반응하여 단단한 치아의 구조를 무너뜨립니다. 이 과정을 겪게 되면 충치가 되는 것입니다.


상아질 안쪽까지 침투한 충치의 모습


충치가 생기면 더 깊은 곳에 있는 치아의 구멍이 노출됩니다. 상아질 안 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다면, 치수 내의 신경을 건드려 시린 이가 유발됩니다. 모든 충치가 시리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환자에 따라, 충치의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다릅니다. 간혹 무신경한 성향의 사람이라면, 충치의 사이즈가 큼에도 불구하고 신경치료가 필요할 때까지 시린 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치주질환과 잇몸의 노화

치아의 뿌리는 백악질 혹은 시멘트질이라고 부릅니다. 상대적으로 치아의 뿌리는 법랑질과 상아질과 비교해 더 약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강도를 보면, 법랑질 > 상아질 > 백악질의 순서로 나열할 수 있습니다. 가장 연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백악질은 잇몸으로 싸여 있어 세균과 입 속 환경으로부터 보호를 받습니다. 이 보호의 구조가 깨지게 되면 백악질의 표면이 노출되어 시린 이를 유발합니다.


오랫동안 쌓인 치석의 모습


주로 치주질환 환자들이 백악질의 노출로 인하여 시린 이를 호소합니다. 그 이유는 치주 질환 환자들은 세균의 결정체인 치태와 치석이 이곳저곳에 자리하여 잇몸에 염증이 생기게 되고, 치아에 적절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하고, 보호막인 잇몸이 치아에서 분리되기 때문입니다. 치석에 장기간 영향을 받은 치아는 염증으로 인해 더 이상 잇몸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외부 환경에 약한 치아의 뿌리 표면이 잇몸의 보호 없이 입 속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면 시린 이는 불 보듯 뻔합니다.


백악질이 잇몸 밖으로 드러난 모습


노화된 잇몸도 치주 질환 환자들과 비슷한 환경을 만듭니다. 잇몸이 노화되면 중력에 의해 잇몸이 점점 밑으로 혹은 위로 올라갑니다. 잇몸으로 덮여 있어야 할 치아 뿌리가 점점 노출되면 시린 이가 생기게 됩니다.  

잇몸의 부종

치아와 뼈 사이에는 PDL(Periodontal Ligament)이라는 치주 인대가 있습니다. 이 인대는 치아와 뼈 사이를 연결해 주고 치아에 오는 외부의 충격을 완충해 줍니다. 인대가 견딜 수 없는 큰 충격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웃신 거림과 함께 시린 느낌이 생기고, 마치 여러 개의 치아가 한꺼번에 아픈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인대가 턱과 치아의 힘을 견디지 못한 것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딱딱한 음식(누룽지, 깨강정, 옛날 과자 등등)이나 질긴 고기(육포, 마른오징어 등등)를 장기간 씹었을 때와, 낮 동안의 과한 업무로 인해 이를 앙다무는 습관과, 수면 중 이갈이로 인해 치주 인대가 부은 것일 수 있습니다.

혹은 치과 치료를 하고 난 그다음 날부터 며칠 동안 치료 부위가 욱신거리고 시릴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다른 큰 문제가 아니라면, 잇몸에 작은 상처가 낫거나, 인대가 부은 것입니다. 이럴 경우는 며칠간의 말미를 두고 그 상태가 호전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잘못된 치아면의 부딪힘

작은 어금니(소구치)와 큰 어금니(대구치)는 음식을 씹고 갈고 빻는 역할을 합니다. 윗니와 아랫니가 음식을 씹기 위해 부딪힐 때 맞닿는 부분을 Functional surface 라 하고 부딪히지 않는 부분을 Non-functional surface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일하는 면’과 ‘일하지 않는 면’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닳고 닳은 치아의 산들은 원래의 기울기가 다 깎여 나가 점점 평평한 상태가 됩니다. 특히 음식이 발달된 한국에서는 씹을 것이 많은 반찬으로 인해 치아가 평생 인고의 세월을 겪습니다. 환자의 치아 산의 기울기를 통해 어떤 종류의 음식을 얼마나 많이 씹어 드셨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환자분들은 어금니 위쪽에 우물처럼 파인 작은 구멍들이 발견됩니다. 이 구멍들을 통해 찌릿함이 신경까지 전달되기도 합니다.


어금니 치아의 산이 다 닳아 없어지고 구멍이 생긴 모습


완만해진 치아 기울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치아를 혹사시키게 되면, 서로 치아가 맞닿을 때 ‘씹지 않는 면’이 부딪히게 됩니다. 이때 치아는 극심한 시림을 느끼거나 통증을 느낍니다.


 외관상으로 볼 때, 치아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음식을 씹을 때 비정상적인 부딪힘과 함께 심상치 않은 불쾌감이 옵니다. 이럴 경우 심한 정도에 따라 치과 기구를 이용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부위를 살짝 깎아내어 ‘일하는 면’이 서로 잘 맞부딪힐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수정한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치아가 닳기 때문에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소구치와 대구치에 모두 크라운을 씌워 인공적으로 ‘일하는 면’과 ‘일하지 않는 면’을 다시 구축해 주어야 불편함 없는 식생활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깨진 뿌리

신경치료를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아무 이유도 찾지 못한 채 갑자기 치아가 시리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염증의 원인이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 원인이 아니라면, 치아가 반으로 쪼개졌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큽니다.

신경치료를 하게 되면, 치아의 생명이 끝났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신경과 핏줄이 그 생을 다하고 더 이상 치아에 영양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  치아는 외부 충격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냅니다. 완충작용을 해주어야 할 PDL이 혈액공급을 받지 못해 힘을 잃게 된 것입니다. 평소 이갈이 있거나, 딱딱한 음식을 선호하신다면, 신경치료를 한 치아를 조심해서 사용하셔야 합니다. 신경치료 후, 반드시 방패막이인 크라운을 씌워 세균과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를 해야 하고 먹는 음식도 연한 음식으로 바꾸셔야 합니다.


신경 치료를 한 치아는 언제고 그 뿌리가 깨질 수 있으니 이점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신경 치료 후, 뿌리가 깨진 경우는 발치 이외에 다른 치료는 없습니다.


치아가 사용되고 여러 형태로 나타난 쓰임의 흔적


이외에도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깨진 부위들(Cracks and crazy lines) 상아질까지 깊숙이 이어지면 시린 이가 유발됩니다. 또한 외부의 충격 없이도 시린 이가 생길  있습니다.


아무런 시린 이의 원인을 찾을  없을 때는 마음이 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의 상태에도 치아 신경이 많은 영향을 받으므로 심리적인 요인도 무시할  없다는 점을 인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경우, 편한 마음이 편한 치아의 환경을 만듭니다.

다음 편에는 시린  해결을 위한 치과적, 생활적 방법들을 나누어보겠습니다.

참조: Fundamentals of Operative Dentistry, 3rd Edition, James B. Simmitt 이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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