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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애틀 닥터오 Nov 02. 2021

실패의 비장함 벗기

실패가 정상이라면


또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생각에 잠겼다. 모두가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가며 인생을 살아갈 텐데…


지나간 모든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지나 보냈는지 과거의 나 자신에게 물었다.


성공으로 가는 길 위에서, 수도 없는 실패로 정신은 피폐했었다. 쓰디쓴 실패의 시간들은 길 때도 있었고, 짧을 때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시간이 길든 짧든 성공으로 어떻게든 갔다는 것이었다.


울음 끝이 짧은 아이가 있고, 긴 아이가 있다. 길게 우는 아이들은 본인도 힘들고 부모도 힘이 든다. 실패에 뒤따르는 감정이 울음이라고 본다면, 짧은 실패의 울음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울지 않는 아이는 없다. 울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으니 우는 것은 정상이다. 성인이 되어도 울고 싶은 감정을 경험하는 우리 모두는 정상인이다.

 

성인이  우리는 부모의 도움을 받을  없다. 실패의 시간 속에서 스스로 부모가 되어 자기 안의 아이를 달래고 일으켜야 한다. 믿는 신이 있다면, 신에게 응석을 부려도 좋겠다.


실패를 실패라고 느끼지 않는다면, 울지도 않을 텐데… 실패가 와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어느 정신과 의사는 말했다. 모든 일이 비장하면 감정도 비장해진다고…


왜 이리도 인생이 비장해 질까?

이 세상에 태어나 제대로 된 사랑도 못 받았다는 생각,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 내가 제일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 나의 슬픔을 알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 나만 억울하다는 생각들이 비장이라는 필터를 끼워 넣게 되는 것이다. 억울하고 슬픈 감정이 비장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해 습관이 된다.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억울함을 기저에 깔고, 실패를 경험하면 비장함은 현실을 직시할 수 없는 색안경이 된다.


처음 시작부터 성공으로 가기 위해 비장한 마음이 문제였을까? 어차피 성공이라는 것이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여러 번의 실패는 정상이다. 실패가 정상이라면 우울한 감정에 빠져 아이처럼 울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성공은 어쩌면 비정상일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이지만, 내 인생이 아니듯, 무심한 듯 툭툭 살아내는 힘은 어느새 비장함을 벗어 버린다.


어차피 지구별에 태어난 것도 내 의지와는 상관이 없었고, 기본으로 장착된 환경, 능력, 재력 또한 내 선택이 아니었다. 나보다 더 가진 사람들, 나보다 더 잘 난 사람들과 비교해봤자 아무 의미 없다. 그들도 그들의 의지는 아니었으니. 결국 이것도 저것도 내 것이 아니다.


잘하려고 하니 문제가 커진다. 완벽하지 않은데 완벽하게 하려니 심각해진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완벽한 그 누군가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타지에 빠져있는 게 틀림없다. 혹시 그게 나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져 매일의 실패 속에서 의미 없는 우울 동화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잘하려고도 하지 말고, 또 열심으로도 하지 말자. 어깨를 내리고, 움켜쥔 손을 펴고, 앙다문 입술을 열고 숨을 깊게 내 쉬어 보자. 단단히 서서 홀로 버틸 수 있는 배꼽만 한 힘이면 족하다. 힘을 주어야 힘이 나는 것이 아니라, 힘을 빼어야 힘이 더 나는 건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비밀일지도.


성공을 성공이라 생각지 않고, 실패를 실패라고 여기지 않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성공을 이루는 것이리라. 지금 힘이 나지 않는다면 그동안 불필요한 힘으로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가며 겪은 결과이다.  


성공을 해 내는 힘은 어쩌면, 대충 살아내려는 인생들에게 더욱더 무한히 솟아나는 것일지도. 어차피 우리는 무엇을 하든, 어느 곳에 있든지 성공으로 가는 길 위에 있지 않은가!


“그냥 한번 해 볼까?”

“그냥 한번 가 볼까?”

“아니면 말고! 그나저나,

아… 오늘은 햇볕이 따뜻해서 행복하다.”

“저녁에는 떡볶이나 먹어야겠다.”


실패가 난무한 길 위에서 쉽게 주어지는 것들이 있어 무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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