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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애틀 닥터오 Oct 02. 2023

어차피 인생은 버티기

어릴 적, 벨기에 동화 ‘파랑새’를 읽으며 생각했다. 행복이라는 것은 아주 가까이에 이미 있구나. 내 행복도 아주 가까운 곳에 있겠지.


막연했다. 행복이라 함은 기분 좋은 감정의 상태, 현재에 대해 만족을 느끼고 즐거운 마음의 상태를 행복이라 할 수 있겠다. 웃음을 많이 웃게 되는 상황들의 집합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인생의 목표를 설정할 나이부터 지금까지 내 가까이 어딘가에 있다는 그 행복이 언제 어떻게 나를 찾아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뿐더러 행복이라는 게 과연 있는지 조차 모를 때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집안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외모가 출중한 것도 아니고, 좋은 학교를 졸업할 만큼 능력이 출중한 것도 아닌 내가 그동안 얼마만큼 행복했었나 생각해 보면 숨은 그림 찾기보다 더 어렵다. ‘결혼을 하고 전문직에 종사했으면 걱정 없이 행복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행복이라는 거, 더 좋은 직업이라 해서 더 돈이 많다고 해서 더 잘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소셜 미디어에 등장하는 연예인들, 지인들의 사진들은 모두 즐거워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행복을 그들은 발견한 것처럼 보인다. 어느샌가,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하면서, 내 인생의 목표도 행복이 되어야 한다고 세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행복하지 않으면, 혹은 행복해 보이지 않으면 실패자 같은 감정으로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소셜 미디어를 끊고, 행복에 대한 의미, 삶에 대한 의미, 신이 나에게 주신 인생의 참 목표에 대해 깊이 생각하던 몇 해가 지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 되는 것은 바보 같아 보였다. 내 인생, 친구의 인생, 현인의 인생들을 보아도 그 누구도 인생을 살며 행복을 만끽하며 그 목표를 이뤘다고 말하거나 또 그렇게 죽어간 사람은 없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행복할까.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명품을 사면 행복할까. 결혼하면 행복할까. 아이가 생기면 행복할까. 아이가 이름을 떨치고 부자가 되면 행복할까. 인간이 생각하는 그 행복감이라는 것은 목표를 이루고 오래가지 못했다. 전문가들의 연구에서도 어떤 사건이나 사물에 대한 행복감이라는 것이 길어야 3개월이었다. 행복이 목표가 되면 안 되었다.


삶의 길목길목에는 인생을 넘어뜨리기 위해 악마가 준비해 놓은 시험장들이 기다리고 있다. 행복을 느낄라 치면 어느샌가 인생의 시험장 어딘가에서 몸과 마음은 이미 그로기 상태가 된다. 지속적인 행복은 그 어디에도 없다. 나잇대 별로, 인생의 전환점 별로, 능력치 검사, 정신력 테스트, 체력장 등등으로 시험 관문들은 수없이 등장한다. 마음이 해이해질 틈도 없이, 때로는 감정을 추스를 수 없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버린다.


행복으로 인생의 목표를 세웠던 사람들은 시험장 어딘가에서 서러워하며 신을 모욕하고, 인생을 저주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백 년의 인생을 살며, 인생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장애물들을 겪을 때마다, 행복, 불행 운운하며 지속적인 절망을 겪는 것이 백 년의 인생이 되어버린다면 인생을 저주할 만도 하다.


큰 업적을 이루어 내는 것, 능력치를 더 올리는 것, 돈을 많이 버는 것, 더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 인생의 큰 목표가 되었기에 인생을 오해한 사람들이 많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자신을 보며 인생을 좌절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허다하고, 그것으로 사람들은 그들에게 잣대를 들이댄다.  


결국 인생의 의미,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행복이 목표가 아니라, 발에 걸려 넘어지는 길목마다 얼마나 잘 인내하고 버티어 냈는지, 그리고 얼마나 좋은 성장이 있었는지가 삶의 진정한 목표였던 것이다. 아니, 사실 좋은 성장을 이루어 냈느냐도 인생들에게 너무 큰 과업이다. 그저 잘 버티어 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어차피 견디어 냈다면 성장은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는가.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은 잘 견딘 사람들에게 만끽할 수 있도록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돈이 많아서,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서, 화려한 인생을 살아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힘든 관문을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내고 지나온 내가 누릴 수 있는 작은 웃음, 작은 만족함, 작은 성취감, 작은 감사함들이야 말로 행복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버텨 내는 것은 외모, 능력, 재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또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렵고도 쉽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또 가까이에 있었던 파랑새를 돌고 돌아 찾았던 것처럼, 인내라는 것은 쉽고도 어렵다. 한번 버텨낸 사람은 그다음 관문도 잘 버텨낼 수 있다. 버텨내고 보면 또 그리 어렵지도 않게 된다. 높은 목표를 세우고 잘하려고 하기 때문에 삶이 힘들고 행복은 내 삶과 무관하게 보이는 것이다.


잘 해내는 것이 인생 목표가 아니라 어떤 상황이 닥쳐도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 내는 것이 살아가는 의미이고 목표라는 것을 지친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잘 버텨냈다면 그게 행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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