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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 Jul 02. 2022

나의 새벽, 나의 공간

나만의 성소에서 새벽을 맞는 다는 것

여름의 새벽은 일찍 시작한다. 내려놓은 블라인드 사이로 한줄기 환한 빛이 안방에 스며든다. 올해 1월부터 시작한 새벽 기상이 7개월 차에 들어섰고 언제부턴가 알람 없이도 눈이 자연스럽게 떠지며 하루를 시작한다. 저렇게 밖이 밝은 것을 보니 시간이 꽤 되었구나 생각하고 조금은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천사들이 내려앉은 얼굴이다. 눈을 감고 색색 숨을 내쉬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괜히 아침부터 궁상스럽게 눈물이 날 것 같다. 조심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그보다 더 조심히 문고리를 살며시 돌리고 거실로 나온다. 거실 시계가 5시 50분을 가리킨다. 어제 늦게 잔 것 치고는 많이 늦은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몸을 늘려 기지개를 켠다. 큰 거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환한 빛이 거실을 가득 채운 것을 보며 여름을 실감한다.     

오로지 나를 위해 만든 나만의 성소

내 책상과, 의자, 내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채운 나의 공간에 들어서면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이다. 새벽과 나의 공간이 만났을 때 새벽은 나에게 더 많은 것을 내어주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 내가 되어가는 시간, 나를 사랑하는 시간, 나를 돌보는 시간, 꿈꾸는 시간, 꿈이 이루어지는 시간. 이것이 내가 나의 공간에서 새벽을 맞이하며 얻은 새벽의 정의이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과 내가 좋아하는 공간의 만남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를 나에게 준다. 그 에너지는 실로 대단해서 새벽 1시가 넘는 시간에 자도 6시 전에 벌떡 벌떡 일어나 정신이 몽롱한 채로 나의 공간으로 간다. 그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몽롱하던 정신이 말갛게 개는 기분이다.     


이 새벽이 모여 나는 내가 원하는 내가 될 것이다. 아니 나는 그저 여기서, 이 시간을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내가 될 것이다. 나는 기쁨의 시간 위에 있다. 나는 요즘 자주 가슴이 뻐근해진다. 그것은 충만함이 내 가슴 깊은 곳에서 퍼져나가는 기분이다. 나는 새벽마다 오래도록 잃어버렸던 나의 감각들을 하나씩 만나고 있다. 새벽의 상쾌한 공기, 따뜻한 물 한잔의 온기, 새벽부터 분주한 새들의 지저귐, 파란 하늘 사이로 퍼져가는 잔잔한 흰 구름까지. 새벽은 이 모든 것들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만나는 시간이다. 머리로 아는 것은 금방 잊히기 마련이지만 몸으로 알게 된 것은 내 손 끝과 발 끝이 먼저 움직인다.      


오늘도 나는 몸의 감각으로 눈을 떠 나의 공간에서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며 창문을 열고 새벽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몇 편의 짧은 글들을 읽고 노트북을 열어 손을 움직였다. 내 몸을 통과한 글들이 내 손을 통해 하얀 화면 위에 펼쳐졌다. 쓰고 싶다는 내 안의 말들이 나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이것은 분명 머리가 아닌 몸의 흐름이었다. 모든 것은 자연스러웠고 나는 오늘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정성을 다해 썼다. 누구에게 보이는 글을 쓰겠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공감받는 글을 쓰고 싶지만 지금은 나 스스로를 설득하는 글을 먼저 충분히 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시선에 집착하다 보면 나의 감각을 놓치고 만다. 그저 쓰는 시간에 좀 더 집중하고, 그 쓰는 행위에 대한 희열을 음미하고 싶다. 나에 대한 감각이 닫히면 어느 누구의 감각에 닿을 수 없다.      


오늘은 내가 사랑하는 새벽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다.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노트북을 연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미 글을 쓰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내 감각에 한 발짝 다가가 나를 만났다. 귀한 시간이다.

 

이제 아침을 준비할 시간이다. 신랑과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밥을 준비해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시작하는 하루는 이렇게 달다.


*성소란?

신성한 곳, 신성불가침의 장소나 물건

내적 깊이를 발전시키기위한 장소


* 나만의 성소를 만들기 까지의 과정

나만의 성소를 완성하기까지의 1년여의 과정(w..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 나만의 성소를 만들고 싶다면? 7월 <공간살림> 신청 공지글

나만의 공간을 꿈꾸시나요?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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