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 문학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 정여울 작가님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심리학 공부는 그렇게 나약했던 나에게 그렇게까지 절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었고, 내 안에서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일어서는 법을 개발해야 함을 일깨워주었다.
"나는 '성장' 이라는 개념 대신 '개성화' 라는 이름을 그 위에 살포시 포개고 싶다. 성장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그 반대말로 ' 발육부진' 이라든지 '지체' 같은 말이 떠오르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성장' 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낀다. 때로는 발육부진이나 지체, 퇴행도 더 커다란 성장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그렇게 위로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오히려 아래로 성장해야 한다. 위로 성장하는 것이 성공이나 경쟁을 통해서 가능한 에고의 확장이라면, 아래로 성장하는 것은 내면의 깊이가 풍요로워지는 것, 즉 셀프의 심화이다. 우리가 삶의 보람과 열정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은 바로 에고의 과도한 성장이 아니라 셀프의 비옥함이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반드시 무언가 하나를 선택해야 할 시간을 맞닥뜨린다. 그럴 때 나를 구하는 것은 어김없이 셀프, 즉 내 안의 현자이자 내 안의 모든 것들을 에고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또 하나의 나였다. 바로 그 내면의 자기가 매일 켜고 있는 등불을 찾아 떠나는 것이 나의 독서이고, 나의 글쓰기이고, 삶이라는 여행이 우리에게 펼쳐주는 개성화의 로드맵이다. 그러니 이 방황이 언제 끝날지 몰라 애가 탈 때는, 내면의 자기에게 길을 물어보라."
"우리 모두의 삶은 진정한 나 자신을 찾기 위한 오솔길인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진정한 나를 찾는 그 과정이 너무 어려워서 에고에서 셀프로 완전히 나아가지 못하고 마치 올챙이처럼 개구기라 되지 못한 상태로 멈추거나, 아니면 원숭이처럼 다른 사람을 흉내내다 끝나거나, 아니면 벌레처럼 그 무엇도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채 정말 낮은 단계에서 끝날 수도 있다."
"에고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고 성공하지 못할까봐 두려워한다. 에고에만 빠져 있으면 실패나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 에고는 타인의 시선으로 내 삶을 판단해버린다. 에고는 진정한 주체성에 기반한 의식이 아니라, 타인의 칭찬이나 비난에 일희일비하기 쉽기 때문에 셀프, 즉 내면의 자기라는 영혼의 나침반을 필요로 한다. 에고는 나르시시즘을 지향하고, 셀프는 나르시시즘으로부터의 해방을 지향한다."
"에고와 셀프가 균형을 이루는 것, 개성화와 사회화의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 중년 이후의 심리학적 과제다. 자신이 어딜 가나 '대접받아야 한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바로 에고의 과잉으로 셀프의 목소리를 듣는 일을 소홀히 하게 된다. 이런 과잉된 에고가 쓸데없는 갑질과 감정노동을 낳는다. 셀프가 강한 사람들은 누가 나를 어떻게 대접해주는지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나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니까. 그냥 나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매일 조금씩, 조금씩 걸어간다. 그런데 에고가 과잉된 사람들은 쓸데없이 자존심을 세울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