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의 꿈이 카피라이터였던지라 카피라이터가 쓴 책을 유심히 찾아 보는 편이다. 유병욱 CD 님은 '생각의 기쁨' 이라는 책과 온라인 강의로도 만나봤다. 책을 읽으면서 본인의 일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일상의 평범함에 대한 이야기다. 평범함이 결코 시시한 것이 아니고 평범한 것들 사이에 보석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매일 매일 수집하는 문장, 매일의 관찰, 매일 듣는 음악, 사람들의 대화 속에 있다. 사소한 것이 결정적인 것을 말해준다.
이벤트 일은 디테일이 중요해서 디테일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재규어라는 차를 아시나요? 재규어는 영국의 자동차 브랜드입니다.영국에서 공부한 경험 때문인지 영국과 관계된 것들에 대한 어렴풋한 호의는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재규어가 영국 출신 자동차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이 브랜드를 좋아했던 건 아닙니다. 고장이 많다는 악평이 좀 신경 쓰였어요. 그럼에도 차의 라인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은 늘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동차 잡지를 보다가 신기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됐어요. 그 뒤로 저는 재규어와 급격히 사랑에 빠졌고, 유튜브에서 온갖 주행 동영상을 다 열어보게 되었고, 이안 컬럼이라는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의 인터뷰까지 따로 찾아볼 정도가 되었습니다. 잡지 속 팩트는 이거였습니다.
재규어 운전석에 오르면 시동 버튼이 1분에 72회 깜박이기 시작합니다. 이는 움직이지 않을 때 맹수 재규어의 심장박동 수와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 차에 오르는 건, 달리기 직전의 맹수 재규어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는 말이군요. 아주 작은 디텔이지만, 그 정보를 알게 된 후로는 재규어라는 차 자체가 달라 보이더라구요."
"짧은 순간 많은 것을 말해야만 하는 시대일수록, 디테일의 힘이 세질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God is in the detail" (신은 디테일 안에 있다.) "오래전부터 든 생각이지만, 사람이 자신이 하는 일의 끝에 닿으면 어떤 영역이든 굉장히 비슷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문학이든, 스포츠든, 광고든, 예술이든, 경영이든, 한 분야의 정점에 오른 이들은 만나면 굉장히 쉽게 이야기가 통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들의 인터뷰에서 제가 자주 발견하는 화두는 이런 것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