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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동화작가에 배우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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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 출판사의 책은 유심히 찾아보는 편이다. 실용서들이 많다. 이 책은 '바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 동화 책을 읽고 샀는데 이제야 읽어본다. 요즘 동화 공모전을 준비 중이다. 오래 전에 동화 15 페이지를 써놨는데 A4 30 매를 써야 한다고 하여 휴가 동안 이 책을 정독하며 15페이지를 추가로 썼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꼭 동화를 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내용이다.


이 책은 스텝에 대한 책이다.


"동화는 어린이를 위한, 그러니까 '수신' 의 장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다. '너에게 전하는' 이야기다. 소설은 동화와 다른다. 소설은 수신이 아닌 발신의 장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물론 소설가도 독자를 의식하겠지만 그건 현상일 뿐, 소설의 본질은 전달이 아닌 '표현'이다.... 동화는 다르다. 작가의 표현보다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 무게 중심을 둔다. 물론 소설가도 독자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동화작가도 자신을 표현한다. 다만 창작의 무게 중심이 다르다는 얘기다. 소설이 어렵게 느껴지면 독자는 스스로를 의심한다. 그런데 동화가 어렵게 느껴지면 독자는 어른이든 어른이든 작가를 의심한다. 동화는 어린이 독자에게 가닿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작품의 가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동화는 어린이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춤 창작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창작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책이 나왔을 때 읽게 될 실제독자가 아닌 내포독자, 즉 작가가 임의로 설정한 독자다. 김영수냐, 이영희냐. 이것이 내포독자. 학년이나 성별로는 부족하다. "아, 그런 애!" 하고 구체적으로 실감할 만한 어린이여야 한다. 내포독자는 자녀일 수도, 학생일 수도, 아는 집 아이일 수도 있다."

"내포독자로 삼을 만한 현실의 아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어린 시절의 나를 내포독자로 삼아도 좋다."

1. 주인공.

"못난 주인공은 괜찮다. 자신의 못난 부분을 솔직히 드러내는 건 친구를 사귀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다들 속으로 자신을 좀 못났다 여기지 않는가. 스스로 한심하기로 하고 딱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챙겨 주어야겠다고 싶기도 하고. 이렇게 독자가 공감할 만한 '못난 구석' 이 있다는 건 주인공에게 좋은 일이다. "

"인물을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트리지 말라. 문제투성이로 만들지 말라.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단 하나의 문제, 인물의 욕망을 가로막는 단 하나의 걸림돌이면 된다. 어려움에 부딪힌 인물이면 충분하다. 무작정 팔자 사나운 인물이어서는 안 된다."

"독자로 하여금 인물을 동정하게 만들지 말라. 어른이나 어린이나, 사람의 마음이 그렇지 않은가. 동정의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동정은 끝끝내 동정일 따름이다. 내 이야기의 주인공을 한낱 동정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기 바란다. 독자가 공감하고 이해하고, 나아가 좋아하고 응원할 수 있는 인물. 우리가 공감함 욕망으로 우리를 가로막는 걸림돌과 맞서는 인물."

"작가는 인물의 태도를 스케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인물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발견하고 해석하고 그려 내야 한다."

"약자를 마냥 순진한 존재로, 달리 말하면 아무 욕망 없는 존재로 그려서는 안 된다. 그건 약자를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동등한 존재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

"아이는 부모에게 맞서는 게 자연스럽고 옳고 건강하다.동화는 그런 아이의 내면을 살피고 발견하고 드러내고, 나아가 응원해야 한다."


"Story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의 저자 로버트 맥키는, 인물의 진정한 성격은 선택의 순간에 드러나낟고 말한바 있다. 인물이 했던 말, 일상적인 행동은 진정한 성격을 드러내지 못한다. 극적인 순간에 내리는 선택만이 인물의 진정한 면모를 드러낸다는 얘기다."


2. 사건

'검은 고양이' 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는 단편소설에 대해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한 바가 있다. 짧은 분량, 압축성, 현실성, 인상적인 결말 그리고 단일성.


"당신은 누구의 이야기를 하려는가? 그 인물은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에 좌절하는가? 그러한 갈등을 밖으로 터트리는 폭탄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제 그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 계획인가?

3. 스토리와 플롯

"스토리가 '일어난 일'이라면, 플롯은 '일어난 일을 작가가 들려주는 방식'이다. 플롯은 단순한 이야기를 서사로 만들어 준다.

"아무런 원칙 없이 흩어져 있는 사연은 이야기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반적으로 동화는 외적 플롯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편이 어린이 독자와 소통하기 쉽다."


4. 설정

"사람마다 문장력은 천차만별이다. 누구도 최고의 문장을 쓸 수 있다고 자신할 순 없다. 하지만 최선을 쓸 수는 있다. 그렇게 다짐하고 노력할 순 있다. 자신이 쓸 수 있는 최고의 문장, 그건 확신으로부터 나온다. 자신감에서 나온다.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 나는 이렇게 믿는다는 확신.


"가다가 막히면 잠시 멈추어 다시 인물들의 뒤를 캐기 바란다. 앞서 말한 바 있듯, 작가는 드러난 것을 스케치만 해서는 안 된다. 사실 이면에 숨은 진실을 캐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신상부터 탈탈 탈탈.

5. 절정

작가가 생각했던 결말이 바뀔 수도 있다. 애초에 결말은 열어 두고 가는 편이 낫다. 작가가 아닌, 진정으로 원하는 결말로 나아가야 한다. 인물은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는데, 작가의 의도에 따라 반성하고 화해하고 극복하는 결말에 감동할 독자는 없다. 독자는 작가가 아니라 인물에게 공감하며 이야기를 읽는다.


"어떻게든 절정까지는 작가가 인물을 밀어 올려야 한다.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인물을 절정으로 몰아넣어야 한다. 인물이 그 방향으로 뛸 수밖에 없게끔 이야기를 짜야 한다."


6. 결말

"어린이를 독자로서 진지하게, 정직하게 대해야 한다. 더 잘 될 거라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3할도 못 되는 타율에 허덕이며 실수와 실패와 상처를 반복함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설 수 있은 나에 대해, 너에 대해,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문학의 일이다. "


7. 쓰기

문장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은 물론, 문장아니 문체로 멋을 부리겠다는 생각도 버리는 게 좋다. 아름다운 문장에 대한 환상을 버리시라. 미련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 핵심은 이야기다. 작가가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를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야기에 자신이 있으면 힘 있는 문장이 나오게 마련이다. 이야기에 대한 입장이 분명하면 그런 태도가 배어 나오는 문장, 즉 문체가 만들어지게 마련이다.

문장도 문체도 억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문장은 이야기에 대한 장악력에서 나오고, 문체는 이야기에 대한 태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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