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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정여울 작가님 문학 수업 - 자기만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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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은 여성과 글쓰기의 주제를 다룬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저작으로 평가된다.'자기만의 방' 은 울프가 케임브리지에서 강연했던 원고를 기초로, 거의 1년 후인 1929년에 출간되었다. 케임브리지에서 돌아온 날 울프는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아, 드디어 살았다. 여성 강연을 맡느라 했던 긴 고생이 이제야 끝이 났다. 거튼 칼리지에서 강연을 끝내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굶주려 있으면서도 씩씩한 젊은 여성들, 그것이 내가 받은 인상이었다. 지적이고, 열성적이며, 가난하고, 장차 다 같이 학교 선생이 될 운명을 앞둔 그들. 차분한 목소리로 나는 그 여성들에게 와인을 마시라고, 자신만의 방을 가지라고 말했다. "


버지니아 울프는 인생을 던져서 투쟁해서 작가가 되었다. 그 당시 여성의 지위가 어떠했는지 설명하는 상황들이 이 책엔 잘 묘사되어 있다.


"그는 학교 관리원이었습니다. 나는 여성이었고요. 여기는 잔디밭이고, 길은 저쪽이었지요. 연구 교수와 학자들만이 여기를 지날 수 있고, 내게 허용된 길은 자갈길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떠올랐습니다. 내가 길을 다시 제데로 가자 관리원이 팔을 내렸고, 잔디밭이 자갈길보다 걷기에 더 편하긴 하지만, 내가 별달리 큰 피해를 입은 건 없었습니다. 어떤 칼리지의 연구 교수건 학자건 간에 내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 것은, 300년 간 줄곧 당당하게 펼쳐져 있던 그들의 잔디밭을 보호하겠다고 내가 낚은 물고기를 어딘가로 도망가 버리게 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며 그토록 대담하게 잔디밭을 걸어 들어간 것인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여성을 차별하는지.산책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울프는 투쟁을 한다.


또 이런 사건도 있었다. 울프의 전반적인 주장은 여성은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책을 출간할 수 없는 환경에 있기 때문에 글쓰기에 제약을 받는 다는 것이다. "여자는 칼리지 연구 교수와 동행하거나 소개장이 있을 때만 도서관에 출입할 수 있다" 는 이유로 옥스브리지 대학 도서관에 들어가다 제지를 당하고 분노했던 순간을 묘사하는 문단은 이 책의 핵심을 설명해 주는 예시로 많이 인용되었다.


공부를 하는 게 매 순간이 고통이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는 해낸다. 이 책은 그 해낸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울프는 여성의 창조적인 활동이 부족한 것은 물질적으로 빈곤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뉴 스테이츠먼> 에 보낸 편지에서 울프는 '여성의 지적 위상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뛰어나건 서투르건 간에 여성 작가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과 관련해서, 나는 여성의 능력이 외적인 제약으로 구속받고 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리 사소한 주제라도, 아무리 거대한 주제라도 주저하지 말고 모든 종류의 책을 써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여러분 스스로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에 대해 사색하며, 책을 구상하며 길모퉁이를 어슬렁거리고, 사유의 낚싯줄을 강물 깊이 담글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결코 픽션에만 한정해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나 나를 만족시키고자 한다면 여러분은 여행과 모험에 관한 책, 연과와 학술에 관한 책, 역사와 전기, 비평과 철학 및 과학에 관한 책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여러분은 분명 픽션 기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은 서로서로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픽션은 시와 철학과 꼭 붙어 있을 수록 더 유리하지요. "


"내가 여기서 쓰고 싶은 제일 첫 번째 문장은, 글을 쓰는 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성을 의식한다면 치명적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책상 쪽으로 다가가서 '여성과 픽션' 이라고 제목을 붙인 종이를 집어 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순전한 남성 혹은 여성이 되는 것은 치명적이라고요. 사람은 남성적인 여성 혹은 여성적인 남성이 되어야 합니다. "


"내가 여러분에게 돈을 벌고 여러분만의 방을 가지라고 부탁할 때, 나는 여러분에게 실재를 마주한 채 활기 있는 삶을 살 것을 권하고 있는 것입니다. "


"나는 스스로에게 다른 무엇이 되는 것보다 간단하고도 그저 평범하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 뿐입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꿈꾸지 마십시오. 다만 사물을 있는 그대로 생각하십시오. "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보다 여성의 지위가 낮았던 100 년 전에 살았던 버지니아 울프의 통찰력에 놀란다. 이 책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자극을 주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 아직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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