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욱 작가님의 신작이 나와서 바로 읽어봤다. 유병욱 작가님은 인스타에서 팔로잉 하는 작가님으로 생각의 기쁨과 평소의 발견이라는 책으로 만나봤다. CD 님의 책에서 느끼는 공통점은 아주 사소한 소재도 글로 만들 줄 아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게의 문에 적혀 있는 메모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같은 광고 업계에서 일하면서 일을 대하는 태도와 글과 책 읽기에 대한 작가님의 철학을 좋아한다. 간판의 서체도 지나치지 않는 관찰력도 배우고 싶다. 읽으면서 책에서 좋았던 챕터 몇 가지를 공유하고 싶다.
진정성
당신, 또는 당신의 브랜드가 한 분야에서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왜 그것을 잘해내고 싶은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일이다.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지. 그걸 나는 왜 이다지도 사랑하며, 왜 그렇게 잘하고 싶은지. 그 가치를 나는 왜 지키고 싶고, 밖으로 전하고 싶은지. 진정성은 끊임없는 질문에서 오고, 그 답을 꾸준히 외부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온다.
존중
무수히 많은 생명체들과 지구라는 '플랫폼' 을 공유하는 인간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삶의 자세는 '존중' 아닐까. 존중이 부족한 문명이 존립할 수 없음을, 지구는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질병을 통해 알리고 있는 건 아닐까. 거시적으로 우리는 지구 위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를 좀 더 존중해야 하고, 미시적으로는 최선을 다해 이 아슬아슬한 안전을 유지해주는 이들에게 존중의 시선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존중이 최상의 미덕이 되는 사회라면, 오직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집단과 성별과 지역에 보내는 미움과 차별도, 분명 줄어들지 않을까.
심호흡
인생의 벽을 만났을 때, 그냥 두드리는 것과 예의를 갖춰 두드리는 건 분명히 다릅니다. 인생은 준비한 만큼, 대하는 태도만큼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 긴 인생을 살아본 건 아니지만 어쨌든 아등바등 살다보니, 내 앞에 놓인 무엇을 대할 때 - 그것이 해내야 하는 '임무' 이든, 내게 찾아온 '기회' 이든 - 예의를 갖췄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는 분명 있었습니다. 그냥 두드리면 미동도 않았을 벽들도, 내가 충분히 준비하고, 공부하고, 심호흡을 하고, 그러니까 예의를 갖춰서 두드리면 가끔은 투둑 금이 가는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인생은 예의를 갖춰 맞닥뜨리는 자에게 조금 더 좋은 선물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문장론
당신이 쓰는 문장은 당신이 읽은 문장에서 시작된다. 읽어봐야, 진정 내가 원하는 문장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러니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이라면 맨 먼저 다양한 문장들을 겪어야 한다. 그 경험들 틈에서 내가 정말 따라 쓰고 싶은 문장을 만나고, 그중 몇몇을 취사선택하여 내 문장의 방향타로 써야 한다. 생각해보면 한 사람의 문장은, 그가 사랑한 작가와, 닮고 싶은 사람과, 매혹당한 세계와, 가치관들의 모듬이다.
"당신이 읽은 것이, 당신의 문장이 된다."
Re read
책은 딱 읽는 사람이 준비된 만큼 내어준다. 당신이 지금의 당신과는 다르던 시절에 읽은 책이라면, 당신은 딱 그 시절의 당신만큼을 얻어갔을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책에는 당신만큼을 뺀 나머지 부분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거 읽었어. 별거 없던데' 라며 그 책을 다시 꺼내보지 않는다. 그러나 읽었다고 정말 읽은 걸까? 당신이 읽었다고 믿는 그 책 속에, 그 당시의 당신은 읽어내지 못한 놀라운 부분이 남아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다시 보기다. 시간이 흘러, 읽은 것의 다시 읽기이다.
당신이 책을 읽는 진짜 목적이 '멋져 보임' 이 아니라 깊어지고 현명해지는 데 있다면, 자신만의 관점을 갖는 것이라면, 사냥하듯 새 책을 찍어 커피 한 잔과 함께 인증 샷을 올리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일은 조금이라도 당신 마음을 빼앗았던 책을 다시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