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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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 작가는 ‘가나’라는 작품을 통해서 만나봤다. 그 책에서는 죽음과 사랑에 관해서 이야기했는데 “유령’이라는 작품에서는 악을 생각하는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갇힌 사형수 474와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담당 교도관 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어느 날 474번에게 중년의 여인이 찾아오고 474 번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이 책은 악한의 내면을 서사화하고 그의 불우했던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출생신고도 못 하고 학교도 못 가고 하염없이 누나만 기다리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읽으면서 왜 작가는 474번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작가의 의도가 계속 궁금해진다. 그런데 이 책의 핵심은 죄와 벌이 아닌 것 같다. 474의 기억을 꺼내려 하는 윤의 생각과 행동이 핵심인 것 같다.


474 는 “법은 일어난 일의 결과로 죄를 판단하지만 사실 인간은 결과로 죄를 짓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의도가 죄”라고 말한다. 그는 물리적인 도구에 불과하고 자신을 죄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죽이는 것에 능력이 있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고 말한다. 의도 없는 악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474 는 악은 태어난다고 생각하고 의도 없이 본능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버린 엄마이자 누나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안으로 살인을 택했다.


우리는 용서를 하기 위해서 아닌 악에 무지하지 않기 위해서 악의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는 평론가의 말이 와 닿는다. 작가는 악의 편을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474번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윤이라는 인물을 등장 시켜 독자를 헷갈리게 만든다. 우리는 474를 동정해야 할까 아니면 심판의 눈으로 474번을 봐야 할까? 작품 해설에서는 이미 작가는 474를 법의 심판을 받는 자로 등장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도구화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악에 사로잡혀가는지 그 지점을 따라가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악은 늘 발생하고 있고, 따라서 우리가 그것이 발생할 수 있도록 막을 수 없는 것 같다. 다만 악 앞에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나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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