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나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광고 회사를 다니다 보니 말에 관심이 많다. 말에 대한 책이 새로 나와서 바로 찾아봤다. 대학내일과 캐릿의 미디어센터장이 10년 넘게 말하고 쓰며 깨달은 것들에 대해서 쓴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어떻게 말을 잘 하는지에 대한 책이 아니라 불편한 말들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말을 할 때 상대방을 설득하는데만 신경쓸 게 아니라 상대방이 불편한 단어는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해서 말을 해야 한다. 언어 감수성의 필요성을 느꼈고 내가 쓰는 언어에 더 단호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예시의 단어가 나왔지만 내가 불편할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단어인 "워킹맘" 에 대해서 이야기한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워킹맘' 이라는 사전적 정의가 잘못 됐다는 건 아니다. 그저 "일하는 엄마" 를 뜻하는 말이니 말이다. 하지만 워킹맘이라는 표현이 별도로 존재해야 하는 현실과 이에 따라붙는 시선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하는 아빠를 이르는 "워킹대디' 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확실히 워킹맘과 워킹대디는 동일선상에 놓였다고 할 수 없다.

워킹맘은 바라지 않은 칭찬과 부당한 질책을 함의한다. "워킹맘 힘드실 텐데, 대단하시네요." 남성들은 보통 워킹맘을 이렇게 칭찬의 의미로 사용한다. 그간 여성은 생활을 포기한 채 육아에 전념하고, 남성은 소득을 책임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니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여성은 결국 남성의 시선에서 여성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아이도 키우면서 어떻게 일까지 잘 해내느냐는 놀라움은 진심어린 칭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제적 부담도 나눠 가지며 아이도 키워주는 '슈퍼우먼' 의 사례가 되어 육아의 고충을 얘기하는 다른 여성의 목소리를 짓누르는 데 악용되기조 한다.

한편 "워킹맘인데 실적이 최고래. 대단해" 와 같은 시선 역시 여성에게 "독하다" 는 프레임을 씌운다는 측면에서 달갑지 않다.

"독하다는 수식어는 여성한테만 붙는 거 같아. 남성들한테는 그냥 일 열심히 한다고 하잖아."

수많은 남성이 아빠이자 직장인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아이 키우면서 성과를 잘 내시네요." 라고 칭찬하는 일은 드물다. 이 부분은 생각해볼만한다.

육아가 힘들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남성에게는 워킹대디로서 대단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이미 남성과 여성의 육아 참여 정도에 차이가 있음을 모두가 인정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불균형은 국가가 내놓은 다양한 육아 관련 정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워킹맘을 위한 보육비 정책', '워킹맘을 위한 돌봄 서비스'... 엄마와 아빠 모두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책들은 여성만을 위해 존재한다. 이는 결국 육아는 여성들의 일임을 규정한다. 워킹맘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맞벌이 부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육아에 대한 시선의 전환이다. 육아가 여성의 일이 아니라 부부의 일임을 인지하고, 육아가 직장 생활보다 쉬운 일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워킹맘이 워킹대디와 동일한 선상에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워킹맘에 담겨 있는 불편한 무거움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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