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방대 시간 강사다"의 저자의 신작이 나왔다. 이 글은 최근 몇 년 동안 있었던 몇 가지 연결의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연결은 타인에게서 나와 같은 길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마다의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우리가 인간으로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결이 반드시 있다. 저자는 그것을 선함이라고 믿는다. 선함은 인간을 가장 느슨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연결하는 고리다. 그 고리로 연결된 우리는 서로의 닮음을 발견하게 된다.
첫번째 챕터는 헌혈에 대한 이야기이다.80번의 헌혈을 한 작가는 100번의 헌혈을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유를 묻자면 기념품이 좋아서, 습관이 돼서, 취미라서 답하긴 하지만 자신의 몸 안에 여전히 타인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가치 있는 무엇인가 들어 있어서 헌혈을 하는 것 같다.
"다시 헌혈을 하고 있는 건 여전히 나의 피보다 가치 있는 글을 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계속 그럴 것이다. 다만 글을 쓰려면 어제보다 조금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좋은 몸과 마음을 가지기 위해, 내가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인 헌혈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
두번째 챕터는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책을 읽는 이유가 여러가지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도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예매해둔 항공권을 개인사정 때문에 사용하지 못 하게 되자 페이스북에 같은 이름의 사람에게 양도하겠다는 글을 올린다. 그런데 그 글을 보고 어떤 고등학교 교사가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숙박비까지 대주고 싶다고 한다. 흔쾌히 여행을 떠날 수 없을까 걱정이 된다고,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숙박비를 부담하고 싶다고, 그러면 여행을 떠나기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한다고, 초면에 결례를 무릅쓰고 메시지를 드린다고, 아드님의 수술이 잘되길 기도한다고 조심스럽게 저자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사람에 대해 책에서 이런 말을 한다.
"한 개인의 격이라는 것은 이처럼 받을 때가 아니라 줄 때 드러나는 법이다." 이 문장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책도 좋은 책인 것 같다.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고 심지어 카카오톡에서 김민섭씨 졸업 전시 자금을 후원하기도 했다. 마음이 너무 훈훈해졌다.저자도 대학교 강사를 그만두고 나왔을 때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에게 이유를 묻자 "그냥,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상대방이 잘 되면 좋겠어서 도와주는 이 마음이 너무나도 따뜻하다. 이런게 선한 영향력인 것 같다. 아직은 사회에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도 될까?
세번째 챕터는 교통사고를 당하자 상배방에게 심함 모욕을 들은 저자가 그를 고소하게 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 가지 사건에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아는 작가의 필력이 부럽기도 하다. 그리고 선한 영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잘못 된 것은 바로 잡는 그의 단호함도 좋았다.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
"모욕을 당하다 보면 당연히 무섭고 수치스럽다. 그러나 우리는 슬픔과 분노와 원망을 간직한 채로, 자기 자신을 위한 최소한의 일을 해야만 한다. 슬프지만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고소의 과정을 굳이 기록한 것은 나를 닮은 평범함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사회적 약자들이 여러 비상식의 순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기억해 주기를 바라서였다"
네번째 챕터에서는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 시작한 운동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럼 나는 왜 뛰고 있는 걸까. 논문을 쓰든 달리기를 하든 노동을 하든, 계속 곁에 두고 해야 할 어느 일을 해나가는 개인들은 어느 시점에서 반드시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는 듯하다. 내가 하는 일은 타인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여기에 답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관성적으로 해 오던 일을 계속해 나간다면, 이 물음표는 어느 순간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사람은 그러한 질문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답을 해 나가는 가운데 건강하게 관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
혼자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저자는 또 프로젝트를 만든다. 각자의 자리에서 가능하면 같은 시간에 뛰고 "나도 같이 뛰었어" 하고 해시태그를 달아 인증하는 프로젝트였다. '몰래 뛴다' 는 의무로 #몰뛰, '몰래 뛰는 작가와 당신' 이라는 뜻으로 #몰뛰작당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임에서 작가와 함께 뛰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그들과 또 연결된다.
우리는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연결이라는 것을 계속 고민해 나가고 있다고 저자는 마지막에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시대의 선함이라는 무엇인가도 생각해보게 되었고, 4 개의 소재만 갖고도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4가지의 이야기를 "연결" 이라는 키워드로 묶어서 특별하게 만든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책을 쓸 때는 키워드를 잘 잡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좋아하는 한국 에세이 작가가 한 명이 더 생겼다. 에세이를 쓰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을 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곳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서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