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읽었다. 1200 페이지 읽는데 거의 한달 반이 걸렸다. 중간에 다른 책들을 읽느라 오래 걸렸다. 이 책은 20대때 스페인어로 읽었지만 다시 읽어보니 내가 기억하고 있던 책이랑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확실히 의미 있는 책은 두 번 이상은 읽어야하는 것 같다. 이 책은 많은 주제들을 다룬다. 슬픔, 죽음, 상상력, 습관, 아이들의 교육에 대하여, 우정, 고독, 명성, 불평등, 나이, 서적, 경험 등.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계기는 작년 최인아 책방에서 들은 '남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다 카피다' 의 저자 북토크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 라는 질문은 몽테뉴의 에세이에서 몽테뉴가 책 전체에 걸쳐서 하는 질문인데 우리가 일을 하면서 항상 이 질문을 해야한다고 했다. 특히 카피라이터는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고. 나는 내가 아는 전문지식으로 몽테뉴처럼 1200 페이지를 쓸 수 있을까? 1200 페이지를 쓸 수 있는 작가는 일단 존경스럽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 라는 질문은 늘 나에게 하는 질문이다.
몽테뉴는 1533년 2월 28일 프랑스 남부 페리고르와 기엔느 접경지의 몽테뉴 성에서 출생하였다. 몽테뉴는 대부분의 시간을 성탑 3층에 있는 서재에 들어앉아 독서와 명상에 잠겼다. 그는 라틴 고전과 현대 서적을 섭렵하여 책 여백에다 주석과 독후감을 기입하며 지냈다. 그러는 중에 인생의 처신에 관한 도덕적 관념이 우러나왔다. 그는 자기의 사상을 전개시키기 시작했다.
몽테뉴는 사상적으로 영광 같은 허영을 경멸하지만, 영예가 탐락의 일종임을 담담히 지적한다. 무엇보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그는 다만 번뇌를 끌어오는 이런 종류의 탐락을 즐겨 추구하지 않을 뿐이다. 그에게는 도덕적 철학적 탐구라는 한층 더 심오하고 심층적인 탐락의 욕망이 더 컸기 때문이다.
세네카의 작품을 애독하고 아미요가 번역한 플루타르크가 출현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주어 그는 사색의 세계로 들어간다. 결국 구는 고대나 중세 작가들의 고사 수집 취향보다는, 즉 남의 말을 전하기보다는 자기를 훑어보며 자신을 말하고 싶어했다. 여기서 우선적으로 스토아 사상을 받아 자신의 견해를 전개했다.
이 책에서 인상깊은 문장들을 공유하고 싶다.
"언제 생을 마감하든, 그게 당신 몫의 전부다. 얼마나 살아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으냐가 중요하다. 오래 살았지만 조금 산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에는 삶에 전념하라."
'네 일을 하고, 너 자신을 알라' 는 위대한 교훈은 흔히 플라톤에 인용된다. 이 두 가지가 저마다 대체로 우리의 의무를 포함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다른 편을 포함하고 있다. 자기 일을 하려는 자는 먼저 자기가 무엇인가, 그리고 자기에게 적당한 일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를 아는 자는 남의 일을 자기 일로 혼동하지 않는다. 그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를 가꾸고, 쓸데없는 일이나 생각을 제안받기를 거절한다.'
"키케로는 철학에 마음을 쏟는 것은 죽음을 대비하는 일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더욱이 연구와 명상은 우리 마음을 바깥으로 끌어 내어, 신체 이외의 일에 분망하게 하는 것이며, 또 죽음을 공부하고 죽음에 닮아가는 일이다. 세상의 모든 예지와 사유가 결국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이 한 점에 귀결된다. "
"이렇게 다른 데서 따온 것으로 그는 배운 것들을 변형시켜서 자기 것인 작품을, 바로 자기의 판단을 만들 일입니다. 그의 교육, 노력과 공부의 목표는 이렇게 자기 것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세상에 가장 중요한 일은 자기 자신으로 있을 줄 아는 일이다."
책에서 이 문장을 오래 생각했다. 차라투스트라에서도 이런 말을 하고 수상록에서 이런 말을 한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하니까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한 것 같다.
"세상 사람들이 갈피를 못잡고 헤매는 상태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용납되는 것은 명성과 영광을 얻으려고 하는 심정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재산, 휴식, 생명, 건강 같은 가장 효과적이며 실질적인 재화와 보물도 버리고 실체도 없고 잡히지도 않는 이 헛된 그림자와 단순한 목소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나는 빨리 늙기보다는 늙어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작은 기쁨의 순간까지 움켜쥔다."
"만일 우리가 가끔 자신을 고찰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며, 다른 사람들의 일을 살펴보고 우리 주변의 사물들을 알아보는 데 쓰는 시간을 우리 자신을 살펴보는 데 사용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구조가 얼마나 약하고 실패하기 쉬운 부분들로 이뤄져 있는가를 쉽게 느낄 것이다. 우리 마음이 아무것에도 만족해 안정되지 못하고, 욕망과 공상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택할 힘도 갖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가 불완전하게 생겼다는 특이한 증거가 아니고 무엇일까? 철학자들이 인간의 최고선을 찾기 위해 항상 싸웠으나 해결도 합의도 없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영원히 계속될 이 굉장한 논쟁이 이것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내가 글쓰는 것은 내 몸짓이 아니다. 그것은 나다. 내 본질이다."
이 문장 참 와 닿는다. 작가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실제 있는 것보다 더 못하게 말하는 것은 어리석음이지, 겸손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자기 가치보다 못한 짓을 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고 겁쟁이의 짓이다"
몽테뉴에 대해서 관심이 간 것은 몽테뉴도 책을 읽으면 책마다 끝에 다 읽은 날짜를 기록하고, 적어도 그것을 읽으며 그 작가에 관해서 품은 일반적 관념과 모습을 상상해 보고, 거기서 대강 끌어낸 판단을 적어 넣는 습관을 들였다는 것이다. 그 시대에도 아웃풋 독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도 인도, 바스크 지방, 멕시코, 이탈리아, 페루, 브라질,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썼다는 부분이 놀라웠다.
그는 고대 철학자들과 대화를 한다. "그리고 플라톤이여, 그대가 다른 곳에서 내세에 가서 보상을 누린다는 문제가 인간의 정신적인 부분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도무지 그럴 성싶지 않은 일을 말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시구와 예문들이 많아서 도대체 어디서 인용을 했나 궁금했는데 정작 몽테뉴는 여기에 쌓아 놓은 시구와 예문들이 어디서 왔는가를 누가 알고 싶다면, 그것을 말해 주기가 대단히 거북해질 것이라고 한다.
"적어도 나는 내가 원하여 행하는 일에 관해서는, 세상에 어느 누구도 나보다 더 잘 이해하고 그 재료를 다루어 본 자는 없었으며, 이 제재에 관해서 나는 어느 누구도 못 당할 만한 학자이며, 둘째로 어느 누구도 나만큼 자기 재료에 더 깊이 침투해 들어가 보지 못했고, 더 특수한 그런 부분들도 없다는 것이 내" 나름으로 얻은 바이다.
"이 목적을 완수하려고 나는 충실성밖에 가져 볼 거리가 없다. 충실성은 세상에 있을 수 있는 가장 성실하고 순수한 것으로 잇다. 나는 진실을 말한다. 그것은 하고 싶은 대로 실컷 하지는 못하지만, 감히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말한다."
"나는 건강이 내게서 물러났을 때보다는 건강이 내게 웃음지을 때에 더 조심해서 몸을 보살핀다."
세상에 지식에 대한 욕망보다 더 자연스러운 욕망은 없다. 우리는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해 본다. 이성으로 모자랄 때에는 경험을 사용한다.
경험은 각각 다른 시도로 기술을 만들어 낸다.
실제 일어난 일이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인생은, 내 생각으로는 터무니없는 기적 없이 보통 인간의 본보기로 질서 있게 처신하는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