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출간 당시 읽었지만 ‘인공지능을 이기는 디지털 마케팅’ 의 역자의 추천으로 다시 읽게 되었다. 사피엔스는 2011 년 이스라엘에서 히브리어로 출간된 이래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국제적인 베스트셀러다. 저자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는 유발 노아 하라리 박사.
역자의 말이 잘 정리되어 있어 공유하고 싶다.
저자는 생물학과 역사학을 결합한 큰 시각으로 우리 종, 즉 호모 사피엔스의 행태를 개관한다. 약 3만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상에서는 최소한 여섯 종의 호모 종이 있었다. 예컨대 동부 아프리카에는 우리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에는 네안데르탈인이, 아시아 일부에는 직립원인이 거주했다. 모두가 호모,즉 사람 속의 구성원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우리 종밖에 남지 않았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 것은 다수가 유연하게 협동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책의 주된 주장이다. 더 나아가 이 같은 협동이 가능한 것은 오로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들을 믿을 수 있는 독특한 능력 덕분이라고 한다. 신, 국가,돈, 인권 등이 그런 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종의 역사는 세 가지 혁명을 중심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호모 사피엔스는 불과 20만여 년 전에 등장했다. 그 이후 대부분 시간 동안 인류는 동아프리카를 떠돌며 수렵채집을 하는 중요치 않는 않은 유인원 집단에 불과했다. 그리고 약 7만년 전부터 이들은 매우 특별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를 벗어나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재래드 다이어몬드는 이를 '대약진' 이라고 했다. 그동안 선박, 전투용 도끼, 아름다운 예술을 발명했으며, 이것이 바로 인류를 변화시킨 첫 인지 혁명이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저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지식의 나무 돌연변이' 를 근거로 제시한다. 이 덕분에 뇌의 배선이 바뀌어서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언어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단과 집단 간의 협력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이후 약 12,000 년 전 인류는 농업 혁명에 돌입했다. 수렵채집 시기에서 농업의 시기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식량의 90퍼센트는 기원전 9500~3500년에 우리가 길들인 가축과 농작물에 기원을 두고 있다. 우리의 부엌은 고대 농부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농업 덕분에 가용 식량은 늘었지만, 이 같은 번영의 결과는 행복이 아니라 인구 폭발과 만족한 엘리트였다. 농부는 수렵채집인보다 더욱 열심히 일했지만 그 식단은 빈약했고 건강도 더 나빴다. 잉여 농산물은 특권을 가진 소수의 손으로 들어갔고, 이것은 다시 압제에 사용되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가장 큰 사기였다. 인류가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밀이 우리를 길들였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땀 흘려 자신을 키우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농업혁명은 제국을 출현시키고 교역망을 확대했으며 돈이나 종교 같은 '상상의 질서' 를 낳았다. 과학혁명은 약 500년 전 일어났다. 이것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성장, 글로벌화,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확대, 환경파괴를 불렀다. 이것을 차례로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을 유발했다.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사피엔스가 놀라울 정도로 잘하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같은 정도로 잘못한 영역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인간은 새로운 힘을 얻는 데는 극단적으로 유능하지만 이 같은 힘을 더 큰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매우 미숙하다. 우리가 전보다 훨씬 더 큰 힘을 지녔는데도 더 행복해지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하는 질문들이 인상적이다.
"지난 5백 년은 깜짝 놀랄 만한 혁명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시기였다. 지구는 단일한 생태적, 역사적 권역으로 통일되었다. 경제는 지수적으로 성장했으며, 오늘날 인류는 예전이라면 동화에서나 들어보았을 부를 누리고 있다. 과학과 산업혁명 덕분에 인류는 초인적 힘과 실질적으로 무한한 에너지를 갖게 되었다. 사회질서는 완전히 바뀌었으며 정치, 일상생활, 인간의 심리도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더 행복해졌는가? 지난 5세기 동안 인류가 쌓아온 부는 우리에게 새로운 종류의 만족을 주었는가? 무한한 에너지원의 발견은 우리 앞에 무한한 행복의 창고를 열어주었는가? 좀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인지혁명 이래 험난했던 7만년의 세월은 세상을 더욱 살기 좋은 것으로 만들었는가? 바람 없는 달 표면에 지워지지 않을 발자국을 남겼던 닐 암스롱은 3만년 전 쇼베 동굴에 손자국을 남겼던 이름 모를 수렵채집이보다 더 행복했을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농업과 도시, 글쓰기와 화폐제도, 제국과 과학,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질문을 제기하는 역사학자는 드물다. 보통 역사학자들은 모든 것의 역사를 연구했다. 정치, 사회, 경제, 성 역할, 질병, 성적 틀질, 식량, 의복... 하지만 이것들이 인류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멈춰서 생각하는 일은 드물었다.
거대한 질문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과학적인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이 책의 핵심이다. 물론 이 책에는 상당한 반론과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열린 마음으로 따라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