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책에 집착하는 편이다. 한국어 글쓰기는 나에게 여전히 어려워서 좋은 글쓰기 책을 발견하면 꼼꼼히 읽어보는 편이다. 이 책은 다른 책을 읽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저자는 음악평론가인데 다양한 주제의 글을 15년 동안 써왔다. 기본적으로 글쓰기 책을 내는 사람들은 15~20년은 글을 써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정도 글을 써야 글쓰기에 대해서 할 말이 생기는 모양이다. 이 책을 눈여겨본 이유는 저자가 누구에게 배웠거나 단순히 외워 놓은 내용을 쓴 게 아니라, 스스로 고민해서 체득한 자신의 것만 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저자는 합평 모임을 이끌었다. 좋은 자료를 많이 모았는데 책을 쓰는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팁들 중 몇 가지를 공유하고 싶다.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수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점이 있다. 좋은 글은 '잘 정돈한 내면' 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 말이다. 어떤 대상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습득하고 나만의 구체적인 입장을 정리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내면에 '정돈된 틀' 을 항상 간직하는 일이다."
"좋은 글이 되기 위해서는 '공감' 보다 '영감' 이 필요하다. 좋은 글은 공감보다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공감을 일부러 주지 않을 필요는 없지만 공감만 있어서는 안 된다. 좋은 글은 읽는 이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을 반드시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쓰는 이는 읽는 이에게 어떻게 영감을 줄 수 있을까.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새로운 관점' 이다. 같은 것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혹은 세상이 이미 정해 놓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다른 프레임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읽는 이에게 영감을 주는 글을 쓰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누구나 아는 것' 에 대해 '누구도 쉽게 범접할 깊이와 디테일' 을 갖추면 된다."
"에세이로 쓰기 적절한 소재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모든 것이 에세이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소재가 자체가 아니라 소재를 다루는 '방식' 이기 때문이다.
"왜 제 글은 에세이가 아니라 일기 같죠?" 사람들은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를 종종 묻는다. 그럴 때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일기는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해 개인의 경험으로 끝나는 글이고요, 에세이는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해 모두의 보편으로 끝나는 글입니다."
"어떤 글은 자료를 보강하면 더 훌륭해진다. 어떤 글은 문장을 다듬으면 더 좋은 글이 된다. 하지만 어떤 글은 글을 쓸 당시의 감정을 잃어버리면 고치기가 어려워진다. 손을 댈 수는 있지만 글이 더 좋아질 확률이 오히려 현저히 낮아진다. 감정의 저주 같은 걸까. 유념하자."
이 책은 꽤 실용적이다. 글쓰기에 바로 도움이 되는 팁들을 많이 알려주고 세 번째 챕터는 합평 모임에서 쓴 글들에 대한 코멘트를 실었다. 사실 구체적인 팁보다는 합평하면서 하는 코멘트가 더 도움이 돼서 세 번째 챕터를 관심 있게 읽기를 추천한다. 그런데 이렇게 글에 대한 코멘트를 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인 것 같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내 글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파악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언제나 내 글을 첨삭해줄 사람을 옆에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첨삭을 해야한다. 결국엔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 분야를 갖고 글을 쓰는 것과 자신의 글은 스스로 퇴고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