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 칼자국

김애란의 "칼자국" 은 현재 수강하고 있는 한겨례 교육 필사 특강 과정의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작품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필사가 답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여러 번 필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우선 분량때문에 실패했고, 아무리 필사를 해도 문장이 내 것이 된다는 느낌이 없었기 때문에 실패했다.

나는 필사를 매일 하고 적어도 2~3 페이지는 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필사는 하루에 5~8 문장만 해도 충분하다. 그리고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이유는 문장을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필사한 문장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필사하는 문장의 주어와 서술어와 몇 가지 단어를 바꿔서 자신만의 작문을 해보는 것이다. 이 방법이 나한텐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김애란의 칼자국은 처음부터 특별하다. 어머니를 묘사하는 장면이 우리가 보통 아는 어머니의 모습과 다르다.


"어머니는 내게 우는 여자도, 화장하는 여자도, 순종하는 여자도 아닌 칼을 쥔 여자였다. 건강하고 아름답지만 정장을 입고도 어묵을 우적우적 먹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음식을 우적우적 씹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촌부. 어머니는 칼 하나를 이십오 년 넘게 써왔다. 얼추 내 나이와 비슷한 세월이다. 썰고, 가르고, 다지는 동안 칼은 종이처럼 얇아졌다. 씹고, 삼키고, 우물거리는 동안 내 창자와 내 간, 심장과 콩팥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나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


수업 시간에 분석한 내용.


<분석>

-소설 속 자신의 어머니를 ‘칼을 쥔 여자’라고 정의내림.

-어머니를 대변하는 표현으로 ‘정장’과 ‘어묵’을 선택.

-자신의 어머니를 표현하는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 한 번 생각해보세요.

-①썰고, 가르고, 다지는 / ②씹고, 삼키고, 우물거리는 ~표현에서 운율이 느껴짐.

-①썰고, 가르고, 다지는/ 엄마의 행위가 보이며, ②씹고, 삼키고, 우물거리는/ 딸의 행위가 보임.

-‘간, 심장, 콩팥은 무럭무럭 자라났다’에서 어머니의 음식으로 쑥쑥 성장한 느낌을 받음.

-재료를 칼질할 때 생기는 칼자국과 몸속 ‘무수한 칼자국’을 동일시 함.

-‘종이처럼 얇아’진 칼. 이 행위로 자식을 키웠을 어미의 시간이 그려짐.

-여기서 엄마, 어머니가 아닌 ‘어미’라는 표현에 주목.

-어미와 새끼가 연결됨.

-‘나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라는 작가 사유가 내포되어 있음.


이 짧은 단락에서 이 많은 분석이 나올 수 있다.


"어머니는 20여 년간 국수를 팔았다. 가게 이름은 ‘맛나당’이었다. 어머니는 누가 제과점을 하다 망한 것을 인수해 간판을 그대로 사용했다. 손칼국수 가게는 시골서 여자가 소자본으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였다. 칼국수를 만드는 법은 간단했다. 솥에 바지락과 다시마, 파, 마늘, 소금을 넣고 중간에 면을 넣은 뒤 뜸을 들이면 끝이었다."


<분석>

-20년 숫자표시로 기간을 정확히 전달.

-국수/ 손칼국수/칼국수의 단어로 변화를 줌.

-팔았다/ 사용했다/ 간단했다/ 끝이었다. - 서술어 처리에 주목.

-바지락, 다시마, 파, 마늘, 소금~ 등의 나열이 단조롭지 않게 읽힘.


이 문장을 몇 가지 단어를 바꿔서 아래와 같이 바꿔보았다.

어머니는 30여 년간 스페인 요리인 해산물 빠에야를 팔았다. 가게 이름은 ‘구구’였다. 어머니는 누가 커피숍을 하다 망한 것을 인수해 간판은 그대로 사용했지만 인테리어는 새로 바꿨다. 이국적인 빠에야 요리는 시골서 여자가 소자본으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대출을 조금 받아서 시작했다. 빠에야 만드는 법은 간단하지는 않았다. 빠에야 프라이팬에 돼지고기, 닭고기, 파, 마늘, 토마토, 해산물을 하나하나 볶고 중간 불에서 쌀을 넣어서 뜸을 드려야 했다.

어머니와 반대되는 아버지의 모습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아버지는 순간을 사는 사람이었다. 자기가 번 돈은 주로 자신을 위해 썼고, 놀라울 정도로 낙천적이었다. 아버지는 지역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편이었다. 토박이에다 경조 대사를 잘 챙겨 사람 노릇해온 덕이었다. 그러나 그 인정의 저변에는 아버지가 거절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깔려 있었다. 말수 적어 착한 사위 소리 듣던 아버지가 가장 잘 말하는 말은 ‘그류’였다. ‘그류’는 충청도 말로 ‘그래유’의 줄임말이다. 장어 째는 회칼처럼 비열한 눈매를 가진 선배가 거금을 부탁했을 때도, 동네에서 신용 없기로 유명한 아저씨가 담보를 요구했을 때도, 아버지는 그 말을 묵묵히 듣고 있다 마침내 입을 열어 대답했다."

“그류.”

<분석>


-아버지를 묘사하는 부분임.

-‘반대로’를 넣어 어머니와 대조되는 부분임을 강조함.

-‘순간을 사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상상하게 만듦.

-자신을 위해/ 낙천적/ 인정을 받는 편/ 거절을 못하는 사람 등으로 아버지 성격을 유추해 봄.

-‘회칼처럼 비열한 눈매를 가진 선배가 거금을 부탁’에서 ‘회칼처럼 비열한 눈매’를 상상해 봄. 인물의 눈매로 성격까지 설명되는 부분임.

-‘신용 없기로 유명한 아저씨가 담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아버지의 반응이 드러남.

-아버지의 말 중 특징을 하나 잡아 서술함.

-그 말은 ‘그류’라는 대사임.

-‘그류’라는 말로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을 살았는지 가늠하게 만듦.


이 작품에서는 엄마를 묘사하는 부분이 조금은 차갑게 느껴지지만 맨 마지막에 엄마의 죽음이 오자 상황은 달라진다. 엄마에 대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고 필사에 많은 도움이 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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