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 맞설 힘은 무엇일까? 언어력이지 않을까. 얼마 전에 인스타에서 AI 카피라이팅 회사의 홍보 글을 보면서 올 것이 왔나? 했지만 이 책을 보니 반가운 소식 2 가지가 있다. 하나는 AI 가 일본의 명문 대학인 도쿄대학의 입학시험에 낙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IBM 이 주최한 AI 와 인간의 토론 대결에서 AI 가 패배한 것이다. 첫 번째 AI 가 입학시험에서 떨어진 이유는 영어와 일본어(국어) 시험에세 문맥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 AI 가 토론에서 패배한 이유는 청중의 반응에 따라 다양한 몸짓과 적절한 억양 조절 등을 하지 못해 감성적인 접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문자 언어와 음성 언어에서 인간의 승리를 나타낸다. 아직 AI 가 '언어력' 이 부족한 것이다. 언어력의 핵심은 "의미 싸움" 이다. 해석의 다양성을 견디고 맥락과 상황, 타인을 고려하는 것은 언어력의 기본이다. 수많은 상식과 배경지식을 동원하는 언어력은 알로리즘으로 풀기 녹록지 않다. 의미의 불명확함, 불확정성, 다의성 등 어찌 보면 언어의 단점이 AI 를 이길 수 있는 큰 자원인 것이다.
이 책은 언어와 관련된 여러가지 재밌는 이야기와 함께 언어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팁들을 많이 제공한다. 그 중에서 '프레임' 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다음의 표현들은 어떤 프레임으로 현상을 보는 것일까?
코로나 전쟁, 세금 폭탄, 태극 전사, 폭탄 세일, 문자 포격, 폭탄주, 적수가 없다. 이건 다 '전쟁' 프레임이다. "싸워야 하고, 이겨야 하고, 살아남아야 하고, 공격해야하고, 방어해야 하고' 등등의 사고를 하게 된다.
2011 년 서울시에서 무상 급식 논쟁이 있었다. 무상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논쟁은 '돈을 받지 않고' 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다 보니 돈과 관려된 논의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 프레임을 바꾸는 다른 프레임도 등장했다.
"우선 개념부터 바로 세우자. '무상 급식' 이라니까 세상에 공짜가 어니 있느냐고 따진다.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런데 의무 교육을 실현할 책임은 바로 국가에 있다. 의무 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공부와 함께 밥도 의무적으로 챙겨 줘야 한다. 의무 입대하는 군인들에게 피복과 식사는 당연이 지급되듯이 말이다. 의무 교육제하의 학교 급식은 '무상급식' 이 아니라 국가 의무가 수반되는 '의무 급식' 이다. 학생들에게 식사는 교육을 위한 전제이고, 그 자체가 교육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러니 기본 교육의 일부로서 ' 기본 급식이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가 신문에 기고한 칼럼의 일부다. 무상 급식과 유상 급식의 '돈' 프레임을 '의무' 프레임으로 바꿨다. 무상과 유상이라는 말은 둘 다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그래서 무상 급식을 반대하기가 쉬웠다. '의무 급식' 은 반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의무의 반대말이 사전에 없다. 적절한 언어의 표현으로 프레임을 바꿔보자. 현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하고 우리의 사고를 올바른 곳으로 데려다주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다. "물리적 폭력 없이 모든 문제를 언어로 해결하는 사회를 꿈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