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 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좋아한 풀리처상 수상자이신 김경태 사진작가님의 에세이가 출간돼서 읽어봤다. 20년 넘게 일을 하면서 모든 순간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신이 하는 일의 본질을 잊지 않는 것이었다고 한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일. 그리고 사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


여러 챕터 중에 4차 산업혁명에 살아남은 그만의 법이 눈길을 끌었다. 기술의 발달은 아이러니하다고 그는 말한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편하게 해주지만 인간이 손과 경험으로 축적한 손맛과 기술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떨어뜨린다. 이러한 변화는 사진 기술에만 해당하지 않을 거다. 다양한 직업군에도 이러한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치 않는 지금, 어떤 자세로 변하는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까?

사람마다 방법은 다르겠지만 그는 "공감" 과 "창의성" 을 무기로 삼는다고 한다. 사진 기자는 뉴스 현장에서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는 직업이라고만 생각하는데 그는 사진기자가 궁극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우리에게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 사고, 즉 뉴스 속에서 "사람의 얼굴' 을 찾아 사진에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이렇듯 자신의 업을 스스로 재정의한다. 또한 매일매일 비슷한 취재 속에서 새로운 앵글을 찾으려고 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뉴스를 보려는 태도는 인간만 할 수 있는 노력이라고 한다.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해 정해진 루틴으로 일을 처리하는 인공지능에 이와 같은 창의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때는 항상 남들과 비슷한 사진을 찍는 것은 기본이었고 여기에 우리만의 사진이 '하나더' 강요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래서 남과 똑같은 사진을 찍는 안전한 방법을 택하게 되었다. 몇 년 뒤 회사를 옮기고 사진부장으로부터 들은 조언이 그의 사진 인생을 바꿨다고 한다.

"킴, 나는 네가 남과 똑같은 사진을 찍으라고 너를 그곳으로 취재 보낸 게 아니야. 남과 다른 사진을 찍고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앵글의 사진을 찍어서 라이벌 회사의 사진기자들을 이기라고 보낸 거야. 그리고 네가 언제나 남을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 새로운 것을 추구하다 무엇을 놓치는 것은 언제든지 괜찮아 하지만 남과 같은 사진을 찍기 위해 일하지는 마. 만약 우리 사진이 다른 언론사의 사진과 똑같다면 누가 우리 사진을 필요로 하겠어?"


남과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비슷해지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지만 전문가와 비전문가는 거기에서 차이가 온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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