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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기획자 Eli
Jun 22. 2023
방학 이틀째 오늘 쿠바 경제와 정치에 대한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 대학 때 쿠바 음악과 피아니스트를 좋아해서 관심을 가졌던 국가인데 사실 쿠바 경제나 정치는 상당히 생소해서 오늘 강의가 매우 유익했다. 오늘 쿠바 강의를 들으면서 한 학기 정산을 해봤다.
과연 통대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사실 놀랍게 들릴지 모르지만 통대는 언어 공부를 하는 곳은 아니다. 통대 졸업생들도 그렇게 얘기한다. 언어는 이미 모두 잘한다는 전제하에 여기에 들어온다. 해외에 한 번도 나가지 않은 동기들도 언어를 아주 능숙하게 다루고 잘한다.
생각해보니 통대에서는 내가 제일기획에서 했던 여러 일 중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다. 통대는 리스크 관리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팁을 배운다. 통역사는 사실 리스크가 많은 직업이다. 국제기구를 제외하면 웬만한 통역은 스크립트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통역사들은 준비 없이 퍼포먼스를 보여야 한다. 모든 것을 계획해온 나에겐 처음에 이 부분이 상당히 적응하기 힘들었다.
나는 제일기획에 있을 때 올림픽 같은 프로젝트는 1년씩 준비하고 오픈을 했다. 그래서 보통 큰 리스크 없이 오픈을 한다. 600억 프로젝트를 관리하면 리스크를 허용할 수 없어서 1%의 리스크가 보이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고, 우리는 리스크를 다 예상하려고 했다. 심지어 PT 도 다 준비하고 하는 것인데.
그런데 통역사는 통역시 모르는 단어가 나올 수가 있고, 배경지식이 부족한 내용의 통역을 맡을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래서 통대 2년간은 최대한 배경지식 공부를 많이 하면서 그 리스크를 줄이는 일을 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오늘 문득 들었다. 그래서 방학 동안 내 계획은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이다. 통역사는 폴리매스가 되어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 정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