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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기획자 Eli
Jun 05. 2023
"단어 하나 번역을 잘 못 하면 캐릭터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오늘 영어소설 번역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하신 말씀이다. 이 말을 듣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실 수가 있지?
스페인어 공부하면서 영어도 계속 공부하고 싶어서 영어소설번역과정을 수강했는데 한 학기 동안 이런 주옥 같은 번역팁과 영작문팁을 40 페이지 모았다. 학기 초부터 번역일지를 수업 시간마다 썼다. 이런 번역 팁은 스페인어 번역할 때도 도움이 된다. 시중의 책에서는 찾지 못하는 팁들이 대부분이다.
외대 영어과 전설적인 교수님이신데 정말 초고수시다. 통역 시간엔 한 시간에 표현이 100개씩 나오시는 분이다. 이 교수님은 단어와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다. 교수님마다 번역에 대한 철학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교수님은 단어에 얽매이지 말고 큰 그림과 맥락을 보라고 하시고, 이 분은 단어 때문에 작품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시는 분이다. 각기 다른 철학을 갖고 계시는 분들께 배워서 나는 밸러스 있게 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언어력이라는 책에서는 단어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다음의 표현들은 어떤 프레임으로 현상을 보는 것일까?
코로나 전쟁, 세금 폭탄, 태극 전사, 폭탄 세일, 문자 폭격, 폭탄주, 적수가 없다.
이건 다 '전쟁' 프레임이다. "싸워야 하고, 이겨야 하고, 살아남아야 하고, 공격해야하고, 방어해야 하고' 등등의 사고를 하게 된다.
2011 년 서울시에서 무상 급식 논쟁이 있었다. 무상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논쟁은 '돈을 받지 않고' 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다 보니 돈과 관려된 논의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 프레임을 바꾸는 다른 프레임도 등장했다.
"우선 개념부터 바로 세우자. '무상 급식' 이라니까 세상에 공짜가 어니 있느냐고 따진다.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런데 의무 교육을 실현할 책임은 바로 국가에 있다. 의무 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공부와 함께 밥도 의무적으로 챙겨 줘야 한다. 의무 입대하는 군인들에게 피복과 식사는 당연이 지급되듯이 말이다. 의무 교육제하의 학교 급식은 '무상급식' 이 아니라 국가 의무가 수반되는 '의무 급식' 이다. 학생들에게 식사는 교육을 위한 전제이고, 그 자체가 교육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러니 기본 교육의 일부로서 ' 기본 급식이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가 신문에 기고한 칼럼의 일부다. 무상 급식과 유상 급식의 '돈' 프레임을 '의무' 프레임으로 바꿨다. 무상과 유상이라는 말은 둘 다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그래서 무상 급식을 반대하기가 쉬웠다. '의무 급식' 은 반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의무의 반대말이 사전에 없다.
단어 하나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예이다. 단어에 끌려다녀서는 안 되겠지만 단어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회사를 다닐 때도 단어 하나 때문에 기획안의 방향이 달라지곤 했다. 이 책을 참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좋아한다. "물리적 폭력 없이 모든 문제를 언어로 해결하는 사회를 꿈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