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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기획자 Eli Jul 31. 2023

249. 호퍼의 빛과 바흐의 사막

누군가의 진가를 제대로 알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가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찬찬히 알아가야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가 않죠?


 '미술' 과 '클래식' 도 마찬가진라고 저자는 책의 서문을 시작합니다. 우리의 곁엔 영원불멸의 가치를 가진 예술 작품이 늘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잘 인지하지 못 하죠. 알아가고 싶어도 왠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미술과 클래식을 외면하는 건, 평생 함께 내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친구의 진가를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놓치게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 책은 멀게만 느껴지던, 그러나 생각보다 훨씬 우리의 곁에 가깝게 있는 미술과 클래식의 세계로 독자들을 소개합니다. 이 책에서는 총 39 인의 예술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중 호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호퍼는 상업 미술을 먼저 공부하고 광고 회사에 입사를 합니다. 거기서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나 호퍼의 마음 한 켠에선 순수 미술에 대한 열정이 솟아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습니다. 개인전도 38살에야 처음 열게 되었는데 첫 개인전마저도 반응이 좋지 않았죠. 한 작품도 팔리지 않았습니다.

 호퍼의 예술가로서의 여정은 41살 결혼 이후 급변하게 됩니다. 아내의 도움으로 두 번째 개인전에서 호퍼는 모든 작품을 판매했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자신에게도 길이 열리는 것을 확인한 그는 마침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화가가 됐죠.  40 이후에 성공한 대기만성형 작가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호퍼의 작품에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 오히려 관람객이 자신과 작품속 인물을 쉽게 동일시할 수 있도록 합니다.



며칠 전에 호퍼전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보고 싶은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습작 밖에 없었지만 "철길의 석양" 이라는 작품을 발견했습니다. 기차 창문 너머로 목격한 장면인 것 같지만 실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놀라운 풍경입니다.

                                                                철길의 석양


미술 모임을 나가고 있는데 저의 미술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림이 그저 공간을 예쁘게 꾸며주는 장식성에만 의미가 있었다면 굳이 전 세계의 지성들과 종교인들과 부호들과 깨달은 사람들이 그림을 좋아할 까닭이 없다. 그림은 인류의 정신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림은 실상의 중력을 끌어당깁니다.현실이 논리적 삶을 살면 이론적 행복이 몰려옵니다. 몸은 천근만근 힘듭니다. 미술은 마음속의 요동함을 잠재우고 마음의 여유를 회복합니다 .그림을 즐길 여유가 생깁니다. 그러면 저항을 이기는 보호막이 생깁니다. 우리 선생님은 이때 행복감으로 무장이 된다고 하시네요. 그 상태로 사물을 바라보게 되고, 생명을 바라보게 되면 상황을 다르게 인지하는 힘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런 힘을 가진 사람을 꿈꾸는 사람이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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