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일하면서 좋은 기억이 많으신가요? 얼마 전에 제일 기획 옛 동료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는데 후배 한 명이 오래 전의 해외 출장지에서의 추억들을 아주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조카도 추억이 많은 아이라서 항상 행복하더라구요. 저랑 주로 출장을 같이 다녔던 친구는 우리는 너무 일만 했던 것은 아닌가... 이런 말을 서로 주고 받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미화가 되는 것 같더군요.
이 책은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지를 여러분에게 재미있게 알려줍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배경을 소개합니다. 인지과학의 역사에 관한 장들을 읽으면, 여러분은 각종 이론이 어디에서 나왔는지와 더불어 그런 이론들이 우리 종의 특별하고 아마도 고유한 자기성찰 능력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분명히 알 것입니다.
주의와 지각에 관한 장들을 읽으면, 어떻게 우리의 생리 기능이 진화를 통해서 상시로 변하는 감각 입력의 세계에 빠르고 매끄럽게 구조를 부여했는지 알 것입니다. 기억에 관한 장들을 읽으면, 어떻게 기억이 현재에 대한 이해를 안정화시키고 미래에 관해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알 것입니다. 추론과 의사결정에 관한 장들을 읽으면, 어떻게 그런 기억과 경험이 대체로 우리로 하여금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리게 하고 때로는 실수를 저지르게 만드는지도 알 것입니다. 지각에서 주의까지, 기억에서 개념까지 그리고 언어에서 복잡한 행동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뇌와 마음은 우리를 위해 경험을 창조하고 재창조 해냅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보고 기억하고 믿는 것의 많은 부분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재창조입니다. 이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런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우리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라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합니다. 기억은 여러분한테 일어난 일이나 겪었던 일의 정확한 기록을 반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부 내용이 빠져 있을 수 있습니다. 띄엄띄엄 존재할지 모릅니다. 왜곡이 존재할지 모릅니다. 대신에 기억은 우리가 생존하고 배우고 번영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을 대체로 반영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상황에 맞게 반응하고 올바르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패턴을 완성합니다.
여러분의 기억과 생각은 정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생각은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합니다. 적응하고 행동하기를 배우기, 그리고 결정하고 문제 해결하기를 배우기야말로 사고의 핵심입니다. 사고는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사고와 행동을 이해하는 일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업을 하다 보니까 예전에 제일기획에서 했던 일들을 많이 떠오르고 기억하곤 합니다. 어떤 일을 했을 때 제일 재밌었고, 어떤 일을 했을 때 힘들었는지, 왜 힘들었는지, 그 일을 사업으로 하려면 어떻게 보강을 해야하는지. 어떤 일을 했을 때 고객이 좋아했는지. 기억에 의존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을 합니다. 기억은 정확하지 않지만, 기억을 통해서 의사결정을 하려면 최대한 객관화를 해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보고 의사결정을 하라는 말이 많잖아요. 하지만 데이터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사업에서 하는 의사결정은 데이터 이상의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