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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의 '순환 거래' 성장인가, 거품인가


AI 산업의 ‘순환 거래(Circular Deals)’—성장인가, 거품인가


최근 인공지능(AI) 업계에서 기업들이 서로에게 투자하고, 동시에 서로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이른바 **‘순환 거래(circular deals)’**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협력과 상생처럼 보이지만, 금융 시장에서는 그 지속 가능성과 투명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9월, ChatGPT 개발사인 OpenAI는 반도체 제조사 Nvidia로부터 최대 1,000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투자 리서치 기업 모닝스타의 회계사 브라이언 콜렐로(Brian Colello)는 “이 파트너십은 순환적(circular)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OpenAI가 Nvidia의 장비를 구매하고, Nvidia는 그 이익을 다시 OpenAI에 투자하며, OpenAI는 또다시 그 자금으로 Nvidia의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어 10월 초, OpenAI는 또 다른 반도체 제조사인 AMD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NBC 뉴스의 롭 와일(Rob Wile)에 따르면, OpenAI는 AMD의 지분 최대 10%를 확보하는 대신, AMD의 칩을 대규모로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SFGate의 스티븐 카운슬(Stephen Council)은 “AMD가 OpenAI에 자사 칩을 판매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팔고 있는 셈”이라며 “매우 이례적인 거래”라고 평가했습니다.


카운슬은 이러한 거래를 “서로 제품을 사고파는 기업 간에 자금이 순환하는 구조”라고 정의합니다. 실제로 AI 산업에서는 소수의 거대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과 연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에게 의존하는 폐쇄적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와일은 “Nvidia가 OpenAI에 투자하고, OpenAI는 Oracle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매하며, Oracle은 Nvidia의 칩을 구매하고, Nvidia는 다시 CoreWeave에 투자하며, CoreWeave는 OpenAI의 인공지능 인프라를 제공하는 식”이라고 설명합니다.


카운슬은 “OpenAI는 문어처럼 여러 팔로 시장을 휘감으며 ChatGPT의 성공을 일련의 투기적 투자로 확장하고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거품인가, 지속 가능한 성장인가?


순환 거래는 종종 ‘라운드 트리핑(round-tripping)’—즉, 기업들이 서로의 상품을 사고팔거나 상호 투자하여 실제 이익 없이 매출만 부풀리는 행위—과 유사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 거래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법적 규제 위반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AI 업계에서는 이러한 **내부 순환적 성장(insular growth)**이 실질 수요에 기반하지 않은 **‘거품(bubble)’**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OnePoint BFG 웰스 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피터 부크바(Peter Boockvar)는 “OpenAI와 같은 주요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 약속을 감당하면서 동시에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의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합니다.


일부 투자 자문가들은 Nvidia–OpenAI 간 거래를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의 과열 양상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Bespoke Investment Group은 해당 거래를 “AI 산업 전반이 자기참조적(self-referential) 구조로 변하고 있다는 불안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모닝스타의 콜렐로는 “닷컴 버블 붕괴를 경험한 이들이라면 기업 간 자금이 돌고 도는 순환 거래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산업 분석가 제이 골드버그(Jay Goldberg)는 “마치 부모님이 첫 주택 담보대출의 보증을 서주는 것과 비슷한 구조”라며, 공생처럼 보이지만 실질적 리스크가 존재함을 지적했습니다. 숏 셀러 짐 채노스(Jim Chanos)는 X(前 트위터)에 “연산 수요가 무한하다는 내러티브 아래, 판매자가 오히려 구매자를 보조하는 이 구조가 이상하지 않느냐”고 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모닝스타의 콜렐로는 “이런 거래들을 주시하고는 있지만,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며 서로 독립적인 거래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AI 수요가 실제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단기적 위험을 완화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순환 거래의 위험을 피하려면

AI 산업뿐 아니라 일반적인 비즈니스 협상에서도, 순환 거래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협력 네트워크의 다양화
특정 산업 내 소수 파트너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산업과 지역의 협력 대상을 확보해야 합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듯, 거래 상대방도 다각화함으로써 구조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실질적 재무 가치 확보
투자 협상과 판매 협상을 분리함으로써 상호 거래가 단순한 ‘맞교환’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판매 조건이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면, 그 자체가 거래 구조의 위험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다차원적 협상 구조 설계
거래 협상 시 재무적 조건 외에도 다양한 이슈를 포함함으로써, 상호 간 창의적 아이디어와 실질적 교환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 순환을 넘어 진정한 협력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AI 산업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여전히 **‘지속 가능한 구조’**라는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투자와 구매가 순환하는 관계 속에서도, 각 기업이 실질적 가치 창출과 투명한 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지—이제 시장의 시선이 그 방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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