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의 짧고도 밀도 있는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여행에는 참 많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잊히지 않는 곳 한 군데를 더 소개하고 싶어요. Ávila 지역의 Ruta al Sillao de la Peña.
Sierra de Gredos 남쪽 깊은 산속에 자리한 이 루트는,
스페인에서도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길입니다.
트레일까지 가는 길부터 이미 모험이었습니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가는 좁고 굽은 비포장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옆으로는 절벽, 앞은 흙먼지, 그리고 GPS 신호는 거의 잡히지 않았습니다.
몇 번이나 ‘여기로 가는 게 맞나’ 싶은 순간이 있었지만,
그 불안함이 이상하게 설렘으로 바뀌더군요.
도착하자마자, 주변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트레일 입구에 차를 세우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길은 생각보다 험했고 오르막이 이어졌지만, 공기는 놀라울 만큼 깨끗했습니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멀리서 들려오는 계곡의 물소리,
그리고 내 발자국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무 소리도 없는 곳에 가야 비로소 나 자신이 들린다”는 말이 실감났어요.
정상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중간쯤 오르니
시야가 열리며 거대한 협곡과 산맥이 맞은편으로 펼쳐졌습니다.
풍경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찍기’보다 ‘기억하기’ 위해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렇게 고요한 곳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페인은 그런 나라예요.
유명한 도시와 관광지도 좋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시간이 멈춘 듯한, 완전히 다른 리듬의 세상이 나타납니다.
그 길 위에서, 잠시나마 그 리듬을 따라 걸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도시로 돌아와도, 그 고요함이 아직 몸에 남아 있습니다.
이번 글은 Ávila 여행기 첫 번째 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숙소와 인근 마을, 그리고 또 다른 루트를 이어서 소개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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