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의 Mediation(조정) 과정을 수강하며 이번 주에 읽은 자료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이번 주 리딩 과제의 주제는 ‘조정자가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루는가’ 입니다. 교재로 읽은 여섯 편의 글은 모두 하버드 로스쿨 교수이자 조정 전문가인 David A. Hoffman의 저작으로, 그가 수십 년간의 중재 경험을 통해 정리한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은 논리로 설득되지만, 결국 마음으로 움직입니다.그의 글은 갈등을 푸는 일의 핵심이 법적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는 능력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최근 논문 「Follow the Science」에서 Hoffman 교수는 이렇게 묻습니다.
“나는 정말로 편견이 없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답하지만,
는 냉정하게 ‘그럴 리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뇌는 인지 이전에 이미 판단하고 있으며,
선의의 사람조차 무의식적 편향(implicit bias)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단순합니다. 훈련된 자각과 반복적인 인식입니다.
마음챙김, 시각 전환, 개별적 관찰, 그리고 자기 점검.
결국 편견 해소는 도덕적 결심이 아니라 인지의 재훈련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이론은 언제나 현실에서 시험됩니다.
Hoffman 교수의 모의 사건 〈Jones v. Cutting Edge〉는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내 존재의 문제”라고 말하고,
회사는 “이건 원칙의 문제”라며 맞섭니다.
조정자는 두 사람의 세계 사이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는 이렇게 씁니다.
“조정자는 손해배상액을 계산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처받은 인간의 존엄을 복원하는 사람이다.”
때로는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앉는 것조차 불가능합니다.
그럴 때 조정자가 사용하는 방식이 셔틀 외교식 조정(shuttle diplomacy) 입니다.
그는 이를 “왕복의 예술”이라 부릅니다.
조정자는 두 당사자 사이를 오가며 말을 전하고, 온도를 조절하며, 체면과 분노를 함께 관리합니다.
카터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협상, 시카고 거리의 갱단 중재—
이 모든 사례는 하나의 교훈으로 수렴됩니다.
“직면보다 간접이 더 유효할 때가 있다.”
그의 또 다른 논문 「Mediation, Multiple Minds」는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분쟁의 당사자는 단일한 마음이 아니라, 여러 마음의 협상장을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화해를 원하는 마음, 복수를 원하는 마음, 체면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
이 서로 다른 내적 목소리를 정리하지 않으면, 외부의 합의도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조정자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상대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말 속에서
서로 다른 마음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는 일이다.”
Hoffman 교수는 「Mediator as Village Elder」에서 두 명의 중재자를 소개합니다.
터키의 부족 중재자 Sait Sanli, 그리고 캐나다 원주민 공동체의 이름 없는 장로.
둘 다 법학 교육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수백 건의 분쟁을 해결했습니다.
그 비결은 기술이 아니라 존경과 기다림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울며 호소했고, 다른 한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세 번의 차를 함께 마셨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좋은 중재자는 설명으로 설득하지 않는다.
침묵으로 납득시킨다.”
마지막 글 「Transformation as a Lawyer」는 Hoffman 교수 자신의 변화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는 한때 논리로 사람을 설득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경험이 쌓일수록 깨달았습니다.
논리는 마음의 언어가 아니었다는 것을요.
그는 아내가 사용하던 심리치료 모델 IFS (Internal Family Systems) 을 배우며,
조정 이전에 먼저 자기 안의 분노와 상처를 중재하는 법을 익혔다고 고백합니다.
“조정자는 사람들 사이의 다리를 놓기 전에,
자기 안의 전쟁을 멈춰야 한다.”
David Hoffman의 여섯 편의 글은 결국 한 문장으로 귀결됩니다.
“조정은 법이 아니라 인간의 예술이다.”
그가 다루는 것은 계약서나 판결문이 아니라,
그 안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읽는 능력은 기술이 아니라,
끝없이 자신을 조정해가는 사람만이 갖출 수 있는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