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구 May 29. 2019

일간 크로스핏 : 내력과 외력

지피지기 백전불태 , 잘 살아가는 법


대배우 이지은과 이선균 주연 '나의 아저씨'는 내게 수많은 명대사를 선물해준 인생 드라마다. 수많은 명대사 중 오늘 말하고 싶은 명대사는 이선균이 이지은에게 내력과 외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나온 대사이다.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이선균이 말하는 내력은 무엇일까? 정확한 정답은 알 수 없으나, 내 나름대로 그 해답을 찾고 실천하고 있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중 '지기'를 빌려 나를 아는 것이 내력이라는 것이 내가 찾은 해답이다. 이 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나를 알아야 한다는 것인데, 나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명상, 연애, 여행, 독서, 글쓰기, 걷기, 수영, 요가, 러닝, 등산, 대화, 건강검진, 내시경 등등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해답이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더 좋고 그런 소모적인 논쟁 필요 없이 그저 각자의 방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며 나 자신을 하나하나 발견하면 된다. 이것이 내 지론이고 나 역시 무엇이든 시도하며 미쳐 마주하지 못한, 발견하지 못한 나를 발견해나가고 있다.




크로스핏을 하며 크로스핏이라는 외력에 무너져 무릎 꿇는 패배의 순간들이 거의 매번 반복된다. 그때면 내 신체에 대한 의문이 많이 생긴다. 나는 뭐 때문에 이 동작에 유독 약한 걸까?, 분명 다른 동작은 잘 들어가는데 이 동작은 왜 안되지?, 남들보다 이거는 잘하는데 왜 이건 남들보다 너무 약할까?, 왜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고통스럽고 아플까? 등등의 의문과 호기심이다. 그리고 이번 주말 이 호기심과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크로스핏 박스 거츠인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재활센터 혹은 교정 마사지 전문 '팀 아지트'에 방문했기 때문이다.




팀 아지트 방문을 결심한 이유는 내 내력을 기르기 위함은 아니었다. 평소 나보다 더 무릎과 골반 그리고 허리 등등 여기저기 통증을 호소하며 아파하는 미한을 볼 때면 대신 아파해주지 못해서, 더 따뜻하게 공감하고 위로해 주지 못해 미안했다. 그런 미한을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팀 아지트'를 수소문했고 미한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예약을 하고 미한과 함께 찾아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미한을 향한 마음과 결심으로 찾아간 팀 아지트였는데 미한이 받은 만족감과 도움 그리고 정보 이상을 내가 받아버렸다(?). 그리고 그 시간 덕분에 내가 몰랐던 나를 알고 내력을 기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이렇게 판단한 이유는 마사지가 끝난 뒤 미한의 반응이 나보다는 덜 뜨거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한의 반응이 뜨겁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반응이 용광로 같았을 뿐이다. 절대 오해 없으시길, 팀 아지트 짱! 또 갈 거예요!) 우선 팔을 오래 들고 있으면 어깨에 남들보다 배로 통증이 찾아온 이유와 어깨를 쓰는 운동을 남들보다 더 힘들어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내 어깨가 둥글게 말린 어깨 즉 라운드 숄더가 돼버렸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얼마나 자세가 안 좋았으면 쯧쯧... 라운드 숄더가 될 때까지 잘못된 습관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이 후회되고 한숨이 나왔다. 근데 한편으로는 이제 나 자신을 더욱 합리화하며 나약함과 타협할 수 있는 이유가 생겨 기분이 좋았다... 그러니까 이제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응, 나 라운드 숄더라서 월볼샷은 RXD로 하면 안 되고 남들보다 못해 :) "



다음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심각한 선천적인 신체 콤플렉스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였다. 또한 내 선천적인 신체 콤플렉스가 운동능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는 짧은 하체와 그에 비해 너무 긴 상체를 가지고 있는 최악의 비율을 소유한 루저 중의 루저다. 그리고 이 최악의 비율로 인해 데드리프트나 스쾃 등 허리에 힘과 충격이 실리는 동작에서 남들보다 더 많은 충격이 허리에 가해져 좋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 비율로 인해 유독 하체 힘이 발달되기 힘들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내 신체 비율은 크로스핏을 하기에 굉장히 안 좋은 비율이었던 것이다. 와, 나 자신 그동안 이 모진 풍파와 역경을 뚫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 뿌듯했고 자랑스러웠다. 나 자신 해버지 지느님과 동급 ㅇㅈ? ㅇㅇㅈ.



"응 나 원래 정말 못하는 건데, 이 정도까지 하는 것도 평발 극복한 지느님 동급인 거야 ;)"



이것 외에 더 많고 다양한 문제를 알 수 있었으나 - 내 흉을 내가 보는 게 뭔가 이상하니 여기까지 만. 결론적으로 팀 아지트에서 얻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내 신체 문제이자 내가 몰랐던 나를 알게 됐다. 이 시간을 기점으로 이제 더 강해진 내력으로 크로스핏이라는 외력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외력으로부터 유연하게 대처하고 내 안의 편안을 얻기 위해 앞으로 더 새로운 무엇이든 최대한 편견을 거둬두고 경험해보고자 한다.(안전이 보장된다는 가정하에. 그러니까 무언가를 걸고 희생해야 하는 모험은 안 하겠다는 것임. 나는 쫄보기 때문에) 그 경험은 약점이든, 단점이든, 장점이든 그 어떤 단어로 정의될 수 없는 무엇이든 내가 몰랐던 나를 만나 내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이제 골프를 같이 해볼까 미한? :)





매거진의 이전글 일간 크로스핏 : 롤-모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