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고 나는,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의 일입니다.
갓 두 돌 지난 시기, 고집이 세지고 유난히 떼쓰고 소리 지르며 우는 날이 있습니다. (물론 자주)
식사 준비에 한창인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기에 "조용히 해! 기다려!" 소리치고 말았습니다.
더 서럽게 우는 소리를 무시하고 서둘러 밥상을 차려서 앉혔고 한 숟갈씩 떠먹여 주니 허기가 달래졌는지 얼굴 표정이 밝아집니다.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엄마 팔을 쓸어내리면서 "엄마, 미마메~" 하더라고요.
'미안해'라는 발음이 서툴어 한동안 '미마메~'라고 했어요.
엄마의 표정, 말소리, 행동을 보고 읽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금 기다릴걸 미안한 마음이 들었나 봅니다.
당시에는 엄마도 화를 내서 미안하다며 안아주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지나갔는데, 잠든 아이 얼굴을 보고 더없이 미안해지더라고요. '아이니까 울지. 아이니까 떼쓰고. 너무 어린아이니까 울며 표현한 건데.'
아... 나는 아직 멀었다.
육아는 원래 사랑 - 분노 - 회개 - 분노의 반복이 맞나요.
'아이를 낳아봐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라는 말이 있죠.
한번 꼬아서 '너도 네 아이 낳아봐. 마음대로 되는가.'라는 말도 있긴 한데요.
아이를 낳아 기른 지 3년이 지난 지금, 변화가 찾아오긴 하더라고요.
저는 비 내리는 날을 정말로 싫어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퇴근하는 남편을 마중 나갈 겸 아이 손을 잡고 동네 마실을 나간 날,
눅눅하고 젖은 공기
비가 오기 전 불쾌한 기분.
역시 하늘에서 한두 방울 똑똑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하던 차에
"엄마, 비다 오네?"
'비가 오네'라는 발음이 아직 잘 안되어서 '비다 오네?'라고 말한 거예요.
심장이 쿵 했습니다.
처음으로
비가..
온다고
말했다!
긴가민가 해서 재차 물었어요.
작은 입에서 "엄마, 비다 오네?"라는 문장이 몇 번 더 튀어나왔습니다.
기특해서 포옥 안아주었습니다.
"와, 그렇네! 정말로 비가 오네!"
단어와 단어를 붙여 의사표현을 하다가 짧은 문장이 시작된 겁니다.
말이 빨리 트인 편이 아니어서 초조했는데 역시나 초보 엄마의 기우였나 봅니다.
별 게 다 신기한 아이,
별 게 다 감동적인 엄마의 조합은
하루하루가 새롭습니다.
세상을 처음 만나 모든 것이 신기하고 설레는 아이의 시선과
그 시선을 내려다보는 엄마.
엄마가 되고 나서는 모든 사물과 상황을
아이처럼 바라보아야겠다 마음먹었어요.
내가 불편하던 것도 모든 것이 처음인 너에게는 기쁜 일이 될 수 있겠구나.
그럼 나도 그렇게 생각해야지!
익숙하던 것도 시선을 낮추어보면 완전히 다른 모습일 수 있겠구나.
너를 만나고 나니 나는,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