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1. 반짝반짝 작은 별
2. 자장자장 우리 아가
3. 잘 자라 우리 아가
4. 섬집아기
우리 집 꼬맹이의 돌 무렵 자장가 루틴이었어요.
뱃속에 있을 때도 불렀고 신생아 때도 자주 들려줘서인지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배운 노래는 '작은 별'이었네요.
어눌한 발음으로 엄마의 자장가를 따라 하기 시작하더니 잠들기 전 의식처럼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반짝반짝'이나 '자장자장'은 쉽고 반복적인데
섬집 아기를 따라 부르기 시작하던 날은 많이 컸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섬집아기'는 15개월쯤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되었고요.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복직한 지 얼마 안 된 워킹맘이라면 가슴이 저릿할 가사가 아닌가요. ^^;
물론 집에 가사처럼 집에 혼자 둘리가 없지만
(어린이)집에 두는 것도 엄마와 분리되는 첫 경험이니 혼자 두고 굴 따러 가는 심정이었죠.
일하는 엄마가 되고 나니 하루가 반토막난 것 같았어요.
하원 시간까지 업무를 끝내지 못하는 날이면
급히 연장 보육을 부탁하고 아이를 더 맡겨뒀습니다.
연장보육은 정부가 지원하고 어린이집이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정책인데도
괜스레 죄책감이 드는 건 왜일까요.
5분이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을 안고 일해서인지 퇴근길 어깨와 머리가 유난히 무겁습니다.
종종걸음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
퇴근길 막히는 도로 위에서 자꾸 시계를 보게 됩니다.
저녁이 되어가는 어린이집 마당.
벨을 누르면 집에 갈 준비를 마친 아기가 뛰어나오고
밀려오는 반가움 그리고 미안함.
아이도 곧 엄마의 일을 존중하게 될 것을 믿지만
아직은 '엄마가 대체 아침마다 나를 두고 어디를 가는지'
의아하다는 눈치여서
헤어지기 아쉬운 표정을 보여주고는 합니다.
남편은 퇴근이 늦어졌다고 힘 빠진 연락을 보내왔습니다.
오늘은 조금 빨리 와줬으면 싶은 날이 많지만
아빠의 어깨도 얼마나 무거울까요.
매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고 모일 준비를 하는 중이니
닦달하지 않으리라...
저녁 식사를 마친 아이를 씻기고 재울 준비를 해요.
솔솔 풍겨오는 아기 로션 향기가
고된 하루의 갈무리를 따라옵니다.
아직 체력이 남은 아이가 침대 위에서 뛰며 장난을 치다가
엄마 얼굴에 머리를 쿵 부딪쳤습니다.
입술이 너무 아파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자장가 루틴 1번. 반짝반짝 작은 별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어요.
활발한 아이 키우다 보면 종종 있는 일.
그런데 그날따라 설움이 북받치며 엉엉 소리와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어둠 속에서 당황한 두 개의 포도알 눈동자가
연신 '미만메 미만메(미안해)' 말하며 쓰다듬어주더라고요.
달래주고 사과하는 입장이 바뀐 날이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친구와 충돌이 있거나 실수했을 때, 사과하는 법을 아주 잘 배운 듯합니다.
아이 앞에서 울지 말라고들 합니다. 아동 전문가도 육아 선배들도요.
굳이 엄마의 힘듦을,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는 거겠죠?
그런데 도저히 참기 힘든 날이었어요.
울 곳도 울 시간도 없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싶은 날.
아이를 꼭 껴안고 엄마는 괜찮다고 말하자 곧 잠이 들었습니다.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고 꾹꾹 담겨있을 때, 잠시 울었더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두통이 누그러지면서 체온이 내려가더라고요.
잠든 아이를 가만히 쓰다듬어 봅니다.
작은 몸통이 따끈하게 느껴졌습니다. 언제 이렇게 키가 컸지?
언젠가 엄마의 뜬금없는 눈물방울을 이해할까요?
말로 글로 다 표현할 줄 아는 엄마도 때로는
무지막지하게 아이처럼 울어버리고 싶은 날이 있다는 것을.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건지 몰라서 그냥 울어버리고 싶은 기분이 드는 날을요.
뭐, 오래도록 이해하지 못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래도록 천진하고 맑고 솔직하기를!
어떤 날은 이 작은 아기가 내 보호자가 된 것만 같아요.
다시 힘이 나네요.
다음 날도 또 열심히 키우고 일하고 또 저도 커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