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몬 베유 May 04. 2021

'카톡프사'들이 점점 비슷해진다.

프사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에서.

 '카톡프사'들이 점점 비슷해진다.


 야, 걔 프로필 봤어? 이 말을 몇 번이나 들었을까. 최근 카카오톡 프로필을 내렸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프로필조차 눈치를 보고 사는 현실에 동의했다. 나라도 눈치 안보며 살겠다고 아득바득 우겼건만 지나친 고집은 가끔 아집으로 읽힌다. 마땅히 대표 사진으로 쓸 사진도 없어서 그냥 기본 사진으로 결정했다. 아무 개성도 드러나지 않는 파란색 배경에 사람 실루엣이 중앙에 드러난 평범한 프로필로.


 전화번호를 저장하는 건 지극한 일상 중 한 장면이다. 전화번호를 받으면 카카오톡의 친구 창에 사람이 한 명 늘어난다. 물론 설정으로 막아놓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락은 메시지보다는 카카오톡을 활용해 이루어지기에 별 수 없다. 거기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사진은 프로필 사진이다. 프로필 사진은 어째선지 자신의 결정적인 이미지가 된다. 과거의 기록들은 하나의 선입견으로 자리 잡힌다. 


 물론 프로필을 더 많이 보는 사람은 가까운 사람들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프로필을 따라 이별, 환승, 슬픔, 기쁨, 불안, 우울 등을 유추한다. 프로필이 강한 인상을 주며 변하면 많은 사람의 대화 주제가 이양된다. 여기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야, 걔 프로필 봤어?" 이야기는 시작되고 온갖 시나리오가 덧붙여진다. 프로필 하나 바꿨을 뿐인데, 붙여지는 이야기에 따라 쓰레기가 되기도 하고 우울증을 가진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프로필 사진은 한 사람의 현실로 보인다. 프로필에 붙는 판단은 자기가 어찌할 수 없다.


그렇다고 프로필을 친구 공개로 하자니 이것 참 애매하다. 생각보다 경계선에 놓인 사람들은 많다. 만약 자신한테만 안 보여줬다는 사실을 들켰을 경우, 뒷감당이 꽤 어렵다.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서운함을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까. 사실 안보여주고 싶은 건 나인데, 짜증을 내는 건 본인이다. 물론 나를 가십거리로 만드는 사람도 애매한 사람들이긴 하다만.


 프로필을 따로 보여주는 시스템이 생길 만큼 카카오톡 프로필은 인간관계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걔 프로필 봤어?"라는 말이 담고 있는 의미처럼 프로필은 소식이고, 상황과 맥락이고, 이미지다. 그 무게를 우리 모두는 안다. 각자가 느끼는 무게감만큼 프로필은 신중해진다. 뒤 따라오는 반응들의 무게도 상당해진다. 여기서 자신의 마음에만 휩쓸려 이상한 프로필이라도 올리는 날엔... 꽤 많은 해명들이 필요해진다. 


 무엇을 올릴까 고민하다 보니, 남는 것은 인스타그램의 유행과도 같은 자기 자랑뿐이었다. 아마 인스타그램도 이런 식으로 슬픔들이 쳐내 지기 시작해 자기 자랑 글만 남은 건 아닐까. 그래도 자기 자랑은 별로여서 과거 무난하기 짝이 없는 고양이 사진을 드러내고는 파란색 배경을 띄운다. 이렇게 프로필이 자신의 강력한 이미지가 된다는 현실 앞에 내 아집은 막을 내린다. 이왕 이렇게 된 거 SNS도 다 날려버린다. 좋아하는 것만을 표현하기엔 감시자가 너무 많다. 개인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상상의 나래를 막을 권한이 나에겐 없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에서 각자의 표현은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본 배경을 설정해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





언제든 제 이메일은 열려있습니다 :)

책, 영화, 문학, 인문학에 관심이 있습니다. 

미약한 지식이지만 함께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

zdr1357@naver.com

작가의 이전글 일상을 지탱하는 가격, 한 건당 500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