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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몬 베유 Feb 25. 2024

회사 문화를 바꾸고, 회사를 다니고 싶어졌다.(1)

주니어 0년 차, 5개월 만에 회사문화를 바꾸다.

아싸였던 나, 회사 내 인싸가 되다.


“우리한테 인싸라는 단어는 잘 안 맞았잖아”


얼마 전, 대학교 4년을 함께 했던 친구를 만났습니다. 제가 사준 레몬티를 마시며 친구는 "인싸라는 단어는 잘 안 맞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나오게 된 사정은 이렇습니다. 저는 제 디자이너 친구 A와 제 앱팀 동료 B를 꼬드겨 앱을 만드는 사이드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서로 소개해주는 첫날, 제 동료 B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으려 “00님 완전 회사에서 인싸예요”라고 말을 꺼낸 겁니다.


아직도 제 대학교 친구 A의 표정이 잊히지 않습니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야 할 동물을 본 표정이 그 친구의 얼굴에 나타났거든요. 그만큼 놀랄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했습니다. 저는 대학시절 도서관, 학교. 카페, 동아리 모임만 다니며 혼자 있기를 좋아했거든요


학교라는 곳이 특히 위험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학교는 뒷말이 많이 무성한 편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감수성이 여렸기도 했고, 학교의 분위기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는 순간 끌어내리고 비난하는 분위기가 꽤 성행했었습니다. 저는 학교의 중심이 되는 것과 안전에 대한 리스크를 교환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스스로 실력을 쌓고, 좋아하는 공부를 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후배와도 선배와도 많이 친하지 않았어요. 그리 깊이 친한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딱 동아리 사람들, 그 정도만 친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A친구의 표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갔습니다. 사람이 변해도 이렇게 변할 리가 없었거든요. 그렇지만 사실 인싸가 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습니다. 회사를 ‘그래도 다닐만한 회사’로 변화시키고 싶은 목적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삭막했거든요. 재미도 없었습니다. 회사는 원래 그런 곳이다-라는 말에 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개발팀은 딱 세 마디만 했다.


팀원과 개발팀과 밥먹은 후기를 나눈적이 있습니다. 그 떄 저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한 기억이 있습니다.


“같이 식사한 적이 있는데, 딱 세 마디만 하더라고요. 뭐 먹을까요. 갈까요? 다 먹었으면 일어나시죠. 이렇게 세 마디”


 개발팀과 밥을 먹고 싶어 함께 따라가긴 갔는데, 그들은 정말 딱 세 마디만 했어요. 나쁜 사람들도 아니고, 소통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말이 무척 적었습니다. 냉정한 건 아닌데 삭막한 분위기가 밥 먹는 내내 뜬구름처럼 존재했습니다. 이 분위기, 언제 한 번 느낀 것 같은데… 하고 생각해 보니 회사에 첫 출근했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회사에 처음 출근했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자기 모니터만 들여다보는 분위기였습니다. 입사 당시, 저희 회사 규모는 총 50명 정도에 IT팀은 20명 정도였는데, 제가 입사했음에도 저희 팀을 제외하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각자 자신의 모니터만 보는 분위기, 자기의 일에만 몰두하는 어색함, 누구 하나 그 선을 넘으면 분위기의 안전지대가 흔들릴 것 같았습니다. 저도 제 자리와 노트북을 안내받고 이 어색함을 어떻게 뚫고 나가야 할지 참으로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막막함은 마치 육중한 철벽 앞에 서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얼마 뒤 들어온 또 다른 신입 중 한 분 은 저에게 “이 회사는 왜 이렇게 인사를 안 해요?”라고 질문할 정도로 사막 한가운데 벌판처럼 삭막하고 건조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딱딱한 분위기가 나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겠다는 직감 역시 찾아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영향이 오는 분야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1_ 인간적으로 내가 대화 한 마디 없이 일만 하다 집에 가겠다-

2_ 소통이 없으면 내가 가진 운영/테스트/기획등에 큰 영향이 오겠다-


1번은 업무의 만족도에 좀 더 관련이 있었고, 2번은 업무의 결과에 좀 더 관련이 있었습니다. 이후 팀원과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해 보니 2번은 좀 더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각 부서 내 소통이 전무하니, 기획자가 기획서를 던지면 큰 소통 없이 개발팀은 전달받은 대로만 개발을 끝내 놓고, 소통 없이 개발된 기능을 본 기획팀은 혼란에 빠집니다. 혼란에 빠진 기획팀은 개발팀에 대해 화를 내기는 어려우니 개발팀에게 수정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이를 수정하고 테스트하는데 또 시간이 걸려 고객에게 앱이 늦게 전달되거나 일정이 조정됩니다. 테스트에서 기획과 다른 점을 찾아내지 못하면 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유저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이 리스크는 그대로 기획팀에게 오는 최악의 악순환을 겪고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1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삭막하고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분위기다 보니, 동기부여라던가 즐거움이 없었다고 합니다. 각 팀의 소통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목요일마다 랜덤으로 팀원을 뽑아 식사를 하는 랜덤 런치도 진행했습니다. 해당 정책을 자리 잡게 하기 위해 식사시간도 목요일만 1시간에서 1시간 반으로 늘리는 파격적인 변화도 주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팀원들의 분위기를 바꾸는 목표는 달성된 것 같지 않아 보였습니다. 삭막했고, 말수가 적었고, 약간의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런저런 커뮤니티를 운영해 보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었습니다. TOP-DOWN 방식의 한계였습니다. 위에서 일방적으로 시키는 정책은 성공하기 매우 힘듭니다. 반대로 자발적으로 필요를 느끼고 움직이고 시작한 서비스나 정책은 성공 확률이 높아집니다.(물론 수명이 있긴 하지만요) 저는 이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자발성이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것이 제 업무 외적인 그러나 업무와 연관이 있는, 제 마음속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시작이었습니다.


“E-sport 하면 역시 대한민국”에는 이유가 있다


만약 제가 TOP-DOWN 방식의 한계를 몰랐다면 저는 최대한 제 답답함을 어필해 ‘랜덤런치’ 전략에 대한 인사팀의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을 늘리려고 했을 겁니다. 주니어라 설득력이 없었다면, 저는 랜덤런치에 어떻게든 껴들어 분위기를 띄우고, 사람들이 잘 어울리도록 윤활유 역할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TOP-DOWN 방식의 한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랜덤런치’의 한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TOP-DOWN 방식은 일처리에 있어서는 매우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방향성이 향하는 이 방식은 의사 결정권자의 의견과 방식이 아래까지 흘러갈 수 있습니다. 또한 아래까지 흘러가며 모두에게 의사결정권자의 정신이 반영됩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전달될 수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하나 된 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권력’이 작용되는 곳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분위기와 문화가 TOP-DOWN으로 컨트롤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회사의 분위기는 정말 많이 바뀌었습니다. 회식이 필수가 아니게 됐고, 합리적이지 않은 의사결정은 따르지 않습니다. 집에 가서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 것이 건강한 조직의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강요된 등산과 조기축구는 회사의 건강도와 인사적인 복지를 논하는데 하나의 척도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집에 가서 마냥 자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만은 아닙니다. 사람은 언제나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 흐름이 ‘회사가 원하는 것’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므로 TOP-DOWN 방식으로는 회사의 문화를 변화시킬 수 없었습니다. 반대로 접근해야만 했습니다. bottom-up 방식으로.


bottom-up의 성공사례는 수 없이 많지만 분위기 및 문화와 관련된 사례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언제부턴가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컴퓨터게임 앞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임요환은 컴퓨터의 키보드, 마우스조차 모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한 번쯤 들어본 스타가 됐습니다.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평생 자동차 정비만 했던 아버지도 알정도로 유명한 게임이 됐습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피시방이 늘어났고, 사람들은 앞다투어 컴퓨터 앞으로 몰렸습니다. 그렇게 프로리그가 생기고, 신한은행까지 참여할 정도로 큰 리그가 되었습니다. 정부 지원이 크게 없이 자발적으로요. 다양한 사회적 원인들이 있겠지만 일단 저는 해당 이유를 주체성으로 봅니다. ‘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게임도 누군가 시키는 순간, 재미가 없어지고 맙니다.



반대로 야구와 축구는 전통과 역사가 E-SPORT 만큼 짧지 않음에도 "E-SPORT 하면 대한민국" 할 정도로 커지지 않고 흥행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TOP-DOWN 방식 때문입니다. 축구와 야구는 정부의 지원으로 생겨났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생할 수 도 없었을뿐더러, 모든 동네에 피시방이 만들어질 만큼의 호응도 적었습니다. 반대로 게임은 정부의 압박도 심했고 사회적 인식도 박했습니다. 그럼에도 살아남기를 넘어 세계 최고가 된 이유가 뭘까요. 바로 bottom-up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흥행을 넘어 인식을 변화시켜 버렸다.



저는 여기서 배웠습니다. 자율성이 중요한 일은 top-down이 불가능하다는 시행착오를요. 제가 해야 할 일은 이제 bottom-up 해야 할, 사람들의 요구를 만족시킬만한 일을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를 꺼냈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단련해 왔던 독서모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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