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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몬 베유 Nov 26. 2024

엘베에서 마주친 이웃과 인사하고 싶은 사람(2)

로컬이 뭐길래 - 로컬에 대한 분석.

인터넷이 대체할 수 없는 것.

-> 코로나시기


코로나 시절의 단체 사진을 보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 사진들조차도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잠잠해졌을 때 찍힌 경우가 많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에는 4인 이상 모임도 금지되었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만남을 줄이며 온라인으로 관계를 대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거의 모두가 그렇게 대체가 가능한 줄 알았습니다. 초반에는요.


이 시기, 인터넷의 능력과 인터넷-이웃은 당연히 이 문제를 잘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화상회의 플랫폼인 Zoom이 업무와 모임의 중심이 되었고, SNS는 연결의 끈을 유지하는 도구로 활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인터넷-이웃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깨달음은 이런 것이었어요. ‘결국 인터넷은 오프라인 만남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구나’


네이버지도에 수없이 넘쳐나는 카페에 찍힌 별표도, 카카오톡의 무수한 대화도, 인스타그램의 피드도, 결국 본질은 오프라인이었어요. 그래서 참으로 신기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오프라인을 어떻게든 구현해 보려는 모임들이 생겨납니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진 가족 간의 대화, 배달 음식과 함께 줌(Zoom)에서의 모임 등이 생겨납니다. 사람들은 이렇게라도 오프라인에서 느꼈던 유대와 사랑을 유지시키려고 했습니다.


인터넷-이웃과 능력, 정보가 모든 것을 할 것 같았으나 모든 걸 해주지 못했어요. 생계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인터넷 플랫폼은 생계의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배달플랫폼은 성행했지만 결국 배달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이웃은 우리의 생계수단이 맞았습니다. 커피도, 옷도, 상점도, 피시방도 마찬가지였어요. 내 옆의 먼 이웃은 실제로 소비자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은 강력한 도구일 수 있지만, 오프라인은 대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요.



new_local의 시대

->코로나 이후
 

코로나 이후 몇몇 이들은 새로운 지역성과 관계 방식을 탐구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과 온라인 연결은 한계를 드러냈고, 사람들은 다시금 오프라인에서의 유대와 연결을 찾고자 했어요. 하지만 그 방식은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들은 느슨한 지역 거점을 생각했어요. 우리는 여전히 이웃이라는 걸 느끼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까워지고 싶지는 않은 거죠.


2010년 이후-코로나 이전에 이뤄진 “로컬-지역거점”의 해체는 익명성과 개인화된 삶을 선호하게 만들었습니다. 편했습니다. 남들 눈치 안 봐도 되니까요. 나를 (좋은 의미로) 감시해 줬던 이웃은 동시에 참견과 눈치까지 안겨주었습니다. 결국 거기서 인간은 기술과 맞물려 그리고 주변 상황과 트렌드에 맞물려 지역거점을 어느 정도 벗어났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코로나는 사람들에게 “로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즉, 예전의 낭만과 현대의 개인화를 절묘하게 결합한 형태를 원하게 된 겁니다. 과거의 지역 공동체가 주던 따뜻함과 유대감을 그리워하면서도, 현대의 개인화된 삶의 자유로움과 편리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난 겁니다. 이제 로컬은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과거의 낭만과 현대적 개인화를 절묘하게 결합한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이 예시가 바로 사람들이 코로나 이후 “2010년 이전”을 ‘낭만의 시대’로 부르는 밈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시기는 지역 공동체의 유대가 강했던 시절로 회상됩니다. 이웃과의 관계는 친밀했고, 지역 커뮤니티는 삶의 안정감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시절의 단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너무 얽매인 관계, 사적인 공간이 부족한 생활, 지나치게 밀접한 인간관계가 주는 피로감 같은 것들 말입니다.


New_Local은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보여요. 낭만의 시대에서 배운 공동체의 따뜻함과 2010년 이후 개인화된 삶의 편안함을 동시에 누리고자 하는 욕망이 담겼다고 생각합니다. 이웃끼리의 끈끈한 관계, 자주 마주치던 얼굴들과의 일상적인 목례와 인사, 거리를 돌아다니다 마주치는 아는 얼굴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지나치게 얽매인 관계나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는 피로감도 존재했습니다.


New_Local은 이 두 시대의 장점을 결합하고 단점을 보완하려는 움직임 같습니다. 즉, 지역 공동체의 따뜻함과 안정감을 다시금 누리고자 하면서도,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를 유지할 수 있는 균형 잡힌 형태를 지향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웃과 적당히 교류하며 목례를 주고받는 느슨한 유대, 지역 카페나 공방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소규모의 연결, 지역 역사를 탐구하며 과거와 현재의 연결점을 찾는 움직임이 바로 이런 욕망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과거로 완전히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현대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은 채,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누릴 수 있는 방식으로 새로운 이웃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움직임 같습니다. 


각자의 지층 그리고 잠깐 겹쳐지는 시공간 속에서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 '사람들은 각자 살고 있는 추억의 지층이 있다'는 주장이 떠오릅니다. 할머니는 시흥시의 기억에, 아빠는 인천의 기억에, 나는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 기억에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해주는 ‘시흥시 신천동의 별명은 본래 붉은 벽재였다’라는 이야기는 저에게는 과거의 이야기지만 할머니에게는 현재의 이야기입니다. 아빠가 하는 동인천의 롤러장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셋은 각자의 시공간 속에서, 각자의 기억을 기반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각 삶에 충실한 채로요.  할머니의 시흥, 아빠의 인천, 그리고 나의 이곳저곳을 떠도는 삶은 단지 다를 뿐입니다. 각자 살아온 환경과 경험 속에서 형성된 기억들은 그 자체로 고유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쓰실 겁니다. 아빠도 마찬가지입니다. 카센터를 더 운영하는 순간까지 그 기억은 계속 쌓일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방식을 비난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가끔 같은 시공간을 경유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 테면 추석이나 설날, 누군가의 상견례 자리일 수도 있고, 장례식일 수도 있습니다. 그때 그러한 서로 다른 삶을 이해하고, 각자의 추억이 가진 의미를 헤아리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다른 지층을 살고 있지만, 그 지층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가며


이 글을 읽으시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길 바랍니다. 사실, 시간이 부족해 객관적인 수치나 데이터를 넣지 못한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제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라도 생각할 거리를 드릴 수 있었다면 만족합니다.


아직도 저는 엘리베이터에서 꿋꿋이 목례를 합니다. 그래서 문득, “나는 New_Local 사람인가?” 싶어지기도 해요. 그렇다고 도시 생활을 포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2-3일이면 오는 택배, 늦게까지 영업하는 카페, 가끔 시켜 먹는 배달음식, 그리고 번화가의 활기는 제가 여전히 누리고 싶은 것들이죠.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이웃과 목례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드는 저… 어쩌면 이 글은 그런 저를 변호하기 위해 쓴 글일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로컬 생태계는 꾸준히 변화하고 확장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움직임의 방향이나 목적이 제가 생각하는 것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정착하고 싶은 본능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언젠가, 지역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이동하며 살아가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요? 그때가 된다면, New_Local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모습을 갖췄느냐에 따라 지역의 경쟁력(특히 내수경제적으로), 문화등이 크게 달라질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과 제가 언젠가 같은 공간에서 목례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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